'적응, 적응, 그리고 또 적응을 하느라'편
이전 편에서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팀 온보딩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고로 더 정신없었던 기획 부서 온보딩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그렇다. 주인공이던, 보스이던 늘 엄청난 것은 뒤쪽에 등장하는 법.
사실상 나는 '기획자'를 꿈꾸었던 그냥 말하는 감자였던 것이지, 기획자로 바로 일하기 완벽한 준비된 그런 인재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도 신입을 뽑으며 "실무에 당장 투입시켜!"라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실제 업무가 주어지기 전까지 이런저런 공식적이고 또 비공식적인 온보딩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온보딩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였다.
우선 본격적인 내용을 말하기 앞서, 회사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스타트업, 정확히 말하자면 애자일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몇 가지 용어들이 있는데, 스타트업과 애자일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니 미리 소개하고 사용을 해보려고 한다.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될 팀 내부의 부서 및 구조에 대한 용어이다.
1. 챕터 (Chapter): 챕터란 흔히 말하는 '부서'와 같다. 'Spotify'의 설명을 보면 같은 직군의 조직으로 정기적으로 모여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다고 한다. 내가 속해있는 챕터는 '기획'챕터이다.
* 출처: https://blog.crisp.se/2012/11/14/henrikkniberg/scaling-agile-at-spotify
2. 스쿼드 (Squad): 스쿼드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기본 단위의 팀을 뜻한다. 즉, 다양한 챕터에서의 인원이 '개발'이라는 목적성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성 팀이다. 보통 한 스쿼드 내에 기획, 개발, 테스트, 배포 등이 가능한 모든 기술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cross-functional 팀이라고도 한다.
* 출처: https://congruentagile.com/2013/02/27/spotify/
약 20명 정도의 규모였던 팀에 합류했을 때, 기획자는 2명이었다. 그중에서도 한 분께서는 운영도 함께 담당하고 계셨는데, 그 정도로 기획이 메이커에 비해 작았다. 따라서 마케팅 인원 중 절반이 넘는 분들이 기획자 역할을 함께 담당하고 계셨다. 그로 인해서 마케팅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도 있었다.
기획 챕터는 나의 합류를 시작으로 인원 충원이 2명 되어 마침내 5명이라는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챕터가 되었다. 어쨌든 내가 합류를 하던 시점에는 사실상 온보딩 체계가 이제 막 잡혀가고 있었다. 아까 언급한 운영을 함께 담당하고 계신 분 외 기획자도 내가 합류하기 전 2개월 전에 합류하셨다. 즉, 기획 챕터는 거의 새롭게 신설된 챕터와 다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여러 가지 체계가 있었다. 물론, 충분하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체계가 없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 놀랐던 기억)
가장 첫날 진행했던 온보딩에서는 기존 2명의 기획자 분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뭐,,, 보편적으로 예상 가능한 형식적인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낯부끄러워하는 기억이지만. 대략적인 온보딩 방식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기획 챕터 노션에는 온보딩을 위한 문서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3일 정도까지는 기획 챕터에서 활용하는 툴들, 기획 챕터 및 현재까지 기능에 대한 히스토리, 팀에서 그리고 기획자로서 지녀야 할 마인드 셋 등 나름 잘 정리된 내용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빨리 본 내용을 습득하고 실무에 투입이 되는 줄 알았지만 이미 스쿼드는 결정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다음 스쿼드를 배정받기 까지의 시간을 온보딩으로 활용해야 했다. 기간은 약 한 달 반. 비공식적으로는 내 온보딩은 약 한 달 반이었던 것. 실무를 하고 있는 지금에서 느끼는 거지만 온보딩보다는 지금이 훨씬 재미있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긴 온보딩 덕분에 실무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는 더욱 할 수 있었다. 나의 합류 이후로 새롭게 오신 두 분은 나보다 훨씬 짧은 기간 동안 온보딩을 마무리하고 바로 실무를 하셨어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초반의 온보딩은 간단했다. 지정해준 분량의 문서를 읽고, 궁금한 점을 정리하고, 질의응답을 가지고. 이 과정의 반복이었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팀이었지만 그래도 히스토리는 작지 않았다.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이 참 중요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겉핥기식 이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인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온보딩 과정 중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3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너무 많은 글을 읽어야 했었던 점. 탱자 탱자 놀기만 하던 (그래도 나름 어떤 유의미한 활동을 하긴 했지만 회사원에 비하면,,,) 그 시절과 달리 모니터와 하루 종일 대면하고, 콩알만 한 글씨를 읽어 내려가고, 머리를 쥐어 짜내 이해를 해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에 가장 많이 했던 건 하품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내용을 읽었다. 아마 이 점 때문에 실제 실무를 하는 게 더 재밌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두 번째는 익숙하지 않던 툴에 적응하는 것. 팀에서, 그리고 특히 기획 챕터에서는 다양한 툴을 사용한다. 기획은 특히 데이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분석하는 툴 또한 일정 수준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SQL에 대한 이해는 있었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프로그램이었어도 이미 있던 데이터를 활용해 select 구문을 작성해서 확인해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GA와 데이터 스튜디오는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꾸준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 두 툴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학습을 했다. 그래도 나름 다행이었던 것은 팀 자체에도 데이터 관련해서 나의 합류 시점과 맞물려 새롭게 시도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잘 활용했던 것 같다. 특히 GA를 학습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강의는 https://dachata.com/class/google-analytics-4/ 였다. 제로 베이스였던 것에서 그나마 토대를 세워준 꿀 같은 강의였다. 무엇보다 무료이다. 지금의 내가 기획자를 꿈꾸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중 하나는 GA와 데이터를 다루는 툴에 대한 학습을 하라는 것. 데이터 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데이터 스튜디오는 더욱 실제 활용을 하면서 이해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습에 있어서 난이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툴에 대한 학습은 솔직히 다룰 데이터가 충분히 없다면 마스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툴에 대한 학습이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하기 위한 시각을 연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야 이를 활용해 기획에 녹일 수 있다.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경험이 많이 없는 기획자라면 가능성이 상승곡선을 띄다 못해 지붕을 뚫기도 한다. 나도 그랬던 경험이 있기도 하다. 우선적으로 데이터와 연관된 툴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데이터에 대한 형태를 알 수 있고, 하나의 수치에 대해서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들이 데이터 그리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툴에 대한 지식을 강조하는 것 같다. 물론 데이터는 기획에서 수단이다. 하지만 이 수단이 잘못되면 전체 기획과 개발의 방향을 틀어 망하는 지름길로 내던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고, 명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는 평생 쌓아왔던 생각의 회로를 바꿔 끼우는 것. 나의 MBTI는 XXFX으로 F가 약 90% 정도였다. 지금 회사를 약 4개월쯤 다닌 지금, 나는 F가 51% T가 49%이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왜?'이다. 평생 쌓아왔던 생각의 회로를 바꿔 끼워야 했던 합류 극 초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던 업무를 하던 기본이 되는 질문이지만, 그때는 이해조차 하기 힘들었던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 굉장히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에 "Why?"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합류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던 점 중 하나로 기억된다. 특히, 내가 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도저히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많아 그럴 수도 있다. 아마 차차 여러 이야기를 하며 이 질문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어쨌든 적응의 온보딩은 완료가 되었다. 다만, 이제 활용의 온보딩 기간이 남아있었고, 이 기간 동안 처음으로 쓰디쓴 맛을 경험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다이지만 그때는 아주 명확하게 좌절을 경험했다. 물론 얼마 안가 또 이렇다 할 일이 생겨 좌절할 시간이 충분치는 않았지만!
더 매운맛인 다음 편을 예고하며,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