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프로덕트에 영감을 줄 책들을 기록하다
책을 읽고, 줄을 긋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소화하고, 그리고 그것들을 적용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어떨 땐 사랑하는 듯하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여름. 코로나가 한창 심해져서 당시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나는 갑자기 한국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우연찮은 계기로 한 IT회사 마케팅 인턴을 지원하였고 그렇게 타지에서의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10주라는 기간 동안 친구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6평 남짓한 방에 3명이 옹기종기 살았고, 위치가 대학가였기 때문에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반경 1km 안에 여럿 살았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책을 좋아했다.
그 여름, 나는 고등학생이 된 것 마냥, 아니 오히려 내가 진짜 고등학생일 때 보다 더 아이처럼 친구들과 여름을 만끽했다. 싱그러운 여름날에 친구가 좋아하는 서점에서 뜨거운 햇빛을 피해 파란 파라솔 아래에서 샹그리아를 시켜놓고 주야장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또 어떤 날은 동네에 위치한 북카페에 들러 또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또 다른 날은 혼자서 친구가 추천해 준 '지구에서 한아뿐'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갔고, 또 어떤 밤에는 친구가 빌려준 '아무튼, 여름'을 읽고 줄을 그으며 친구가 어떤 구절에 어떤 코멘트를 남겼는지 확인하며 더위를 식혔다.
그 해 여름, 아마 2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5권의 책을 읽었다. 모두 최소 200쪽은 넘는 긴 책들이었다. 그때의 친구들이 추천해 준 작가는 아직도 내가 서점을 가면 먼저 확인하는 작가들 목록이며, 그때 친구들과 빌려 읽고 빌려준 책에 그어진 밑줄과 깨알같이 적힌 각자 본인의 이야기들은 힘들 때면 꺼내보게 되는 자그만 기억들이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금도 잠이 오지 않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책을 읽곤 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 해 여름처럼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 독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이나 장면, 혹은 내가 꼭 알아야 할 지식은 잘 기록해 두고 이후에 잊지 않고 싶다고 느꼈다.
기획자로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책들은 물론이고, 좋은 프로덕트는 좋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믿음을 위한 인문학 도서들, 그리고 나라는 사람 자체로 혹은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시켜 줄 많은 이야기들을 '기획자의 책꽂이'에 담아보려 한다.
좋은 책과 좋은 배움이 가득한 책꽂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