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중심 사고를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일상 경험 기록
서비스 기획자로 모든 사고의 중심은 '사용자 만족과 경험'에서부터 비롯해야 한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기획자로 일한 지 약 1년 4개월. 나는 이제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일들과 제품에서 사용자 중심 사고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고를 의식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더 나은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픽업해왔을 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냅킨을 보다 '사용자 중심 사고'가 녹여진 예시라는 것을 깨닫고 다소 놀라워했다.
그 이유는 냅킨에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냅킨에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왜 사용자 중심 사고라고 느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을 정리하다 보니 이 과정 자체가 기획자인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일상에서 경험한 것에서 기획의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다!
우선, 나는 카페에서는 '고객'이다. 고객이 카페를 방문하는 주요한 목적은 우선 '음료'나 '빵'을 구매하여 먹는 것이다.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은 아래 3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 매장에서 먹고 가는 매장 손님
* 음료나 빵을 픽업하여 매장을 사용하지 않는 포장 손님
* 그리고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가는 이탈 손님
앞서 말한 냅킨은 첫 번째 고객 세그먼트를 위한 서비스이다. 매장에서 먹고 가는 매장 손님은 앞서 말한 카페를 방문하는 주요 목적 (음료나 빵 소비) 외에도 해당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카페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요즘 꽤 큰 목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카페에서 공부나 업무를 진행하는 고객 유형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카공족'이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을 만큼.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을 포함하여 카페를 사용하는 '고객'이 시간을 보낼 카페를 선택하는 주요한 요소는 물질적인 것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공부를 위한 물리적인 시설
- 책상, 좌석
- 콘센트
- 와이파이
요즘 대부분의 카페는 와이파이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고객이라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과정에 있어 보통 한 번의 불편함을 선사한다. 카페를 가면 8~90% 이상 꼭 한 번 하게 되는 경험이 있다면 바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거나 물어보러 카운터를 방문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냅킨에 비밀번호를 프린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를 말하기 전에 와이파이 번호를 묻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을 우선 생각해 보자.
근본적으로는 비밀번호를 설정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1) 비밀번호 없이 공공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2) 비밀번호를 설정한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카페 주인과 사용자 모두 보안이라는 측면으로는 2번이 훨씬 적은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페 주인 입장에서 공공 와이파이는 카페에서 결재를 하지 않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게 되는 점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단, 이 방법이 마케팅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확률은 아주 낮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비밀번호를 설정한 와이파이를 제공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2가지 전략은 '고객'에게 먼저 알려주는 방법과 해당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가지 전략 중에는 사용자 만족도와 카운터를 보는 직원 혹은 사장님의 리소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첫 번째 전략인 '고객'에게 먼저 알려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해당 전략이 더 큰 사용자 만족도를 일으키는 이유는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고객'이 적은 리소스를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영수증에 와이파이 정보를 함께 프린트한다.
2) 카운터나 가게 곳곳에 해당 정보를 프린트하여 붙인다.
3) 냅킨에 와이파이 번호를 프린트하여 제공한다.
4) 기타 다른 방법
위의 방법은 이제 1) 손님에게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과 2) 카페 사장님의 리소스(시간, 비용)를 절감하는 것의 관점으로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
손님에게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볼 때 3 > 2 > 1 순서라고 볼 수 있다. 냅킨은 '고객'이 필수적으로 구매하는 음료나 빵을 제공할 때 함께 제공되거나 혹은 제공할 수 있으며 모든 손님에게 노출이 될 수 있다. 다만, 100% 인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님이 자체적으로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 번호는 냅킨에 적혀있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여 준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게 곳곳에 정보를 프린트하여 붙이는 것 또한 고객에게 노출이 적지는 않지만 일부 가게는 구조에 따라 접근이 어려운 곳도 있을 수 있다. 해당 방법을 사용해서 손님에게 벽에 붙어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사용자들이 자리에서 발견할 가능성은 1번 방법에 비해서는 낮다. (내 좌석 vs 가게 안 어딘가 벽) 마지막으로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사용하는 영수증에 함께 프린트하는 것은 영수증을 버리거나 주문을 결제하지 않은 동행 손님에게는 노출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용효율 측면에서는 어떨까? '돈'을 중심으로 본다면 1 > 2 >= 3 순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카페는 포스기를 사용하고 포스기 설정에 '영수증 출력 메시지'를 커스텀할 수 있다. 영수증 종이를 한 고객 당 더 사용해야 하는 점이 비용이라면 비용일 수 있지만 체감하기는 어렵다. 와이파이 번호를 따로 프린트하여 붙이는 것은 출력값이 비용이다. 한 번 출력하면 비밀번호가 바뀌지 않는 이상 년 단위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 대부분 몇 천 원으로 출력이 가능하다. 마지막 냅킨은 냅킨 주문 시마다 꾸준히 계속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우선 처음에 냅킨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맞춤 제작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배송비 포함 가격으로 쿠팡에서 확인 시 20,000장 기준 92,500원이며, 냅킨 인쇄 전문점 기준 94,000원이다. 비용이 차이가 나지만 냅킨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품이라면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 비용에는 돈뿐만 아니라 손님을 응대하는 시간이 포함될 것이다. 해당 시간도 돈으로 환산이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순위를 매겨보자면 이는 첫 번째 관점인 손님 노출과 동일할 것이다. 왜냐하면 손님이 자체적으로 먼저 확인을 할 수 있다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해당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무인카페는 제외이다!)
해당 문제를 조금더 다각화하여 바라본다면 각 방법 당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비밀번호가 공공연하게 떠돌아 다니는 점,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변경되는 경우 정도가 있다. 다만, 정말 큰 리스크라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여 이 관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카페 고객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데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카페 사장님의 시간과 돈을 아끼는 두 측면을 모두 효과적으로 만족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나는 해당 카페에서 발견한 냅킨을 보고 '사용자 관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이 방법을 다른 가게나 산업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이다.
이미 해당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카페와 유사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호텔이다. 호텔은 체크인을 하면 룸 키가 담긴 포켓에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종종 함께 제공한다.
아닐 수도 있는 곳은 일부 스터디 카페이다. 스터디 카페는 오히려 호텔보다 더 카페와 비슷한 곳이지만 해당 방법을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스터디 카페는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시간제로 금액을 내고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모든 고객에게 필수로 제공되는 냅킨이 스터디 카페에서는 오히려 사용이 덜 되며 노출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오히려 2번째 방법인 해당 정보를 프린트하여 곳곳에 붙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곳에서 해답인 것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감안해야 한다. 기획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말하고 듣는 것은 '케바케'이다. 그러니 모든 케이스에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나만의 프레임워크를 잘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P.S. 이 글을 보는 다른 기획자 혹은 독자분들의 일상에서 마주친 사용자 중심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함께 이야기해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