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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영 Mar 19. 2022

아기에게서 배운 성장

아기의 하루가 인생이더라

36년 인생을 반으로 가른다면 출산 전과 후로 나누겠다. 하나의 생명을 키우면서 배우고 느낀 감정은 지금껏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다. 어제도 오늘도 아들에게서 많이 배운다.


아기는 100일 동안 어마어마한 성장을 한다. 쑥쑥 자라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인 ‘오징어 굽기’는 모든 아기들이 겪는 필수 과정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온 몸을 어찌할지 모르고 베베 꼬아서 오징어 구울 때의 모습 같다 하여 붙여졌는데 어른들께서는 아기가 ‘용쓴다’라고 표현한다. 온몸을 이리 비틀었다 저리 비틀었다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어른 팔뚝만 한 조그마한 아기가 1년간 훌쩍 커가는 모습을 보며 성장하는 어른들은 아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에게서 발견한 성장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세 가지이다. 


첫째, 스스로 경험한다

아기는 무조건 처음 보는 물건을 만나면 입으로 직행이다. 그것이 책이든, 양말이든, 꽃이든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관찰을 한다. 퉤~하고 뱉기도 하고 티슈는 먹기도 한다. 이를 프로이트는 아기의 ‘구강기’라는 표현을 썼다. 보통 1세 반 정도까지의 아기에게 해당되는데 엄마의 젖이나 물건 등을 빨고, 씹고, 깨물면서 쾌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아기능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이를 어른에 대입하면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실행에 옮겨본다. 제품 아이디어가 있다면 직접 만들어보고, 온라인 사업을 하고 싶다면 스마트 스토어를 하나 개설해보는 것이다. 실행이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다. 경험해 보았는지 안 해 보았는지만이 중요할 뿐이다.


둘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아기는 걷기 위해 수없이 넘어진다. 앞으로도 넘어지고 뒤로도 넘어지고 엉덩이 쿵 무릎 쿵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처음에는 잡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더니 며칠이 지나면 잡고 옆으로 이동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기 머릿속에 걷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계속 일어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넘어져도 계속 도전하는 걸 보면 걷고 싶은 의지가 충만한 것은 사실이다. 성장하는 사람들은 넘어져서 아무리 아파도 다시 일어난다. 넘어졌다고 주저앉는 건 아기들도 안 하는 행동이다. 


셋째, 본능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다

아기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뒤집고, 젖병을 손으로 잡고 먹고, 무릎을 이용해 기어 다닌다. 아기마다 발달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때가 되면 스스로 하나씩 터득하고 발전해간다. 아기 몸속에 성장 알고리즘이 장착되어 있나? 정말 신비로운 성장이다. 아기를 보면서 '호기심은 평생 지니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보는 물건, 환경 하나하나를 찬찬히 바라보면서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긴다고나 할까. 성장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아기들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 작은 것 하나를 허투루 보지 않고 그 안에서 포인트를 찾아 발전을 해가는 모습이 딱 아기와 일치한다.


누구에게나 아기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일어나고 혼자 걷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오히려 더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에 의존하고, 학원에 의존하고, 유튜브에 의존하는 그런 24시간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아기에게서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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