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가 오면》
멀었던 눈이 뜨이고 막혔던 귀가 열리는 곳
돼지는 신체 구조상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다지
그런 돼지도 딱 한 번 하늘을 올려본 데
나무에 매달렸을 때 말이야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사는 게
드러눕고 나서야 고개를 드는 게
어쩜 그리도 우리와 닮았을까?
그러나 광야가 오면
그제야 눈을 들어 별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
그제야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
광야는 사방이 뚫려 있으나 막혀있는 곳
멀었던 눈이 뜨이고 막혔던 귀가 열리는 곳
광야가 오면
누구나 단독자로 서야 하지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