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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Jul 18. 2023

《승리하고도 실패하는 일》

패배가 상대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면 실패는 나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졌다면 실패한 게 아니다. 패배한 것이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겼다면 그건 실패한 것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승자가 다 차지하는 세상이다. 이걸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 이기고 보자!’라는 마인드로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기고 보아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전쟁에서의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매일 전쟁처럼 살아갈 순 없는 노릇이다. 정신줄 놓지 않는 선에서 얼마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사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도한 긴장과 견제가 일상이 되면, 정말 전쟁 같은 삶 아니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무언의 압박은 다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 대가로 남들보다 돋보이는 자리에 더 빨리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으로 고장 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 중에 이런저런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얻은 것치고는 더 많이 잃어야 한다는 걸, 왜 우리는 꼭 뒤늦게 깨닫는 것일까?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승리=성공’이라는 공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인생은 생물이라,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인즉슨, ‘승리=실패’라는 공식이 성립할 때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상대와 겨루어 승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자신에게는 실패한 것이다. 용케 들키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상대에게 지면, 그나마 분하고 억울하고 부끄러운 선에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지면, 그것처럼 비참하고 괴로운 일도 없다. 비록 열심히 수고함으로 겨루었다지만, 실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질 수 있다. 그건 패배한 거지, 실패한 건 아니다. 정직하게 땀 흘리며 수고한 나에게 떳떳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떳떳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나는 왜 항상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으로 자책과 학대를 무한 반복할 때가 허다하다.

뉴스와 신문을 보면, 승리하고도 실패한 사람들과 성공하고도 망가진 사람들의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뜨끔하다. ‘패배가 상대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면, 실패는 나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간혹 위로와 도전을 함께 받을 때가 있는데, 이 말이 내게는 그랬다. 어쩌면 괜찮은 사람은 패배보다 실패가 적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사람을 함부로 얕봐서는 안 된다. 그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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