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얼마나 떠내려가기 쉬운가. 무난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기는 얼마나 힘든가. -마음이 하는 일 / 오지은-
“내가 오늘 뭐 하고 살았지?” 가끔 허탕 친 것 같은 헛헛한 마음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나름 바쁘게 산다고 살았는데, 돌아오면 남는 게 없는 그런 날이 있다. 밤새 그물을 던졌는데 아무것도 잡지 못한 허탈감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오늘 하루 잘 살았네!”라는 뿌듯함 속에서 잠을 청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많지 않다. 특별한 날이 특별한 건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특별한 날도 계속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평범하다 못해 결국 지겹고 지루해진다.
최수종 하면 대한민국 남편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분류된 연예인이다. 그는 일 년에 수도 없이 아내 하희라에게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걸 보는 아내들은 옆에 있는 남편들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고, 또 그걸 보는 남편들은 최수종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이벤트의 수혜자인 하희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남편이 이제는 이벤트를 그만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벤트를 해 줘도 별 감흥이 없단다. 이벤트는 그야말로 ‘어쩌다 한번’일 때 효과 만점이지, 시도 때도 없이 하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
우리는 일상에 3마리 토끼, 그러니까 ‘의미, 흥미, 재미’를 불어넣기 위해 이벤트를 꿈꾸곤 한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벤트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다. 하고 나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긁은 카드 청구서, 미뤄서 쌓인 일, 치우지 않은 설거지’ 등등. 잠시 꿈 같은 세상에서 현실로 귀환하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대가가 따른다. 한동안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다둥이 아빠에, 돈도, 시간도 많지 않은 내가 선택한 이벤트가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걷기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감사한 것이 있다면, 그냥 허투루 흘려보내던 일상에서 뭔가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건져 올린 것들이 쌓여서인지는 몰라도, 헛헛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날도 확 줄었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는 점에서 이벤트도 좋지만, 무난하고 평범한 하루를 잘 보내는 게 더 남는 장사가 아닐까? 일상은 특별한 날보다 ‘무난하고 평범한 날들’로 더 많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일수록 그냥 떠내려가기 쉽고, 무난하고 평범한 하루일수록 그 가치에 눈뜨는 게 쉽지 않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반복에 무뎌지지 않으려고, 오늘도 글쓰기라는 그물을 던진다. 그물을 던진 날이면, 하루를 잘 살았다는 뿌듯함도 함께 딸려 올 때가 많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