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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Nov 17. 2023

《일단 시작해보시라에 한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못 한다고 아예 시작도 안 하고,
잘 못한다고 중간에서 포기했다면
지금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자기계발서를 보면 하나같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전략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맞는 말이다.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데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종종 다른 결과가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는 무언가 이뤄낸 사람을 볼 때, 처음부터 각 잡고 시작해서 성취했다고 지레짐작한다. 알고 보면,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무언가 이룬 사람도 수두룩하다. 생계를 해결하려고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인데, 나중에 그게 사업이 되고 작품이 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치밀하게 준비했든, 아니면 의도치 않았든 뭔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죄가 아닌 이상, 일단 저질러 본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정말 ‘시작인 반’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땐 누구에게나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이 골리앗처럼 보인다.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될까?” 완벽주의자가 첫 문턱을 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 많은 수를 염두에 두느라,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다.

우리는 반열에 오른 사람을 볼 때, 그의 올챙이 적은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사람,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양 바라본다. 이런 편견은 나와 그와의 사이에 넘사벽을 세운다. 쉽게 포기하고 좌절한다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고 장영희 교수는 소아마비에, 나중에는 세 종류의 암으로도 투병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중간에 그만둬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일단 시작했고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의 말처럼,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포기했다면, 우리가 아는 고 장영희 교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본다. 시작도 해 보기 전에 그만둔 일,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꿈을 접은 일, 우리 집 형편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포기한 일 등등. 물론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포기해 버린 나와 시작도 해 보고 도전도 해 보고 씨름도 해 본 나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결과를 떠나서 말이다. 이것이 결과도 좋아야 하지만, 과정은 더 좋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훨씬 더 유용하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정말 우물쭈물하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평생 신세와 팔자만 탓하면서 살게 된다. ‘그냥 포기한 사람, 중간에 그만둔 사람,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 물귀신 작전으로 나온다. 뭔가 해 보려는 사람까지 가로막으니 말이다. “나도 해 봤는데 안 돼, 그냥 포기해, 네 주제에 무슨” 그래서 나는 해 보지도 않은 사람의 말은 그냥 참고만 한다. 반면 진짜 해 본 사람의 말은 귀담아듣는다. 도전해 본 사람은 일단 도전해 보라고 하고, 포기한 사람은 그냥 포기하라고 말한다. 가만히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입으로 말만 한다. 그러나 일단 해 본 사람은 삶으로 말한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앞서, 일단 해봐야 한다. 잘하든 못 하든 개의치 말고. 그러다 보면 내 수준과 깜냥도 알 수 있고,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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