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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Dec 13. 2023

《우리는 너무 완벽한 관계를 꿈꾼다》

좋은 사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백마 탄 왕자는 동화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다. 설령 백마 탄 왕자와 결혼했다고 치자.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배 나온 아저씨 대열에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다. 인간은 뭔가를 기대하면서 사는 존재다. 그러니까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꾸며 사는 것이리라. 학교나 직장에 가면 품게 되는 기대감이 하나 있는 듯하다. 어딘가에 내 마음에 꼭 드는 베스트 프렌드나 케미가 잘 맞는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말이다. 만약 척하면 척인 친구나 동료를 만났다면, 한량없는 은혜라 생각하면서 평생 감사하기를 바란다. 그건 ‘정말 정말 정말’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나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100% 맘에 들지 않은 건 생각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내 마음에 100% 들기를 기대한다. 정말 꿈도 야무지다. 나도 한때는 내 마음에 꼭 드는 영혼의 친구가 짜잔! 하고 나타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친구를 만나는 일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완벽한 관계를 꿈꾸는 경향이 있다. 서로를 향한 기대가 높아도 너무 높다. 그래서 조금만 나와 생각이나 취미나 결이 다르다 싶으면 선을 확 긋는다. “나랑 안 맞아!” 어쩌면 그런 생각은 섣부른 오판일지도 모른다. 선을 그어놓고, 진가를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말이다. 제대로 알기도 전에 아군과 적군으로 분류해 버리면, 과연 남아날 사람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60~70% 정도만 마음에 들어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나는 열의 아홉은 50~60% 정도 수준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했을지는 몰라도, 서로 부대끼면서 알아가다 보면 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점점 70~80%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과 점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서로에게 유익하게 작용한다. 이렇게 점점 깊어지는 관계는 쉽게 녹슬지 않는다.

우리는 딱 내 수준에서 사람을 보고 평가한다. 나와 맞지 않았다면, 그의 문제이기 전에 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틀려먹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 한두 번 보고 선을 긋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MBTI만 보고 프레임을 씌우는 잘못을 범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유튜브에 보면 ‘이런 사람 피하세요! 이런 사람 놓치지 마세요!’라는 등의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데인 사람들이 많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물론 참고할 만한 내용도 있지만, 무 자르듯 ‘이 사람은 이것 때문에 별로고, 저 사람은 저것 때문에 별로고’라는 식으로는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처음에 괜찮던 사람이 시간을 함께하면서 별로였음이 드러나고, 처음에 별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갈수록 괜찮은 사람으로 드러날 때가 얼마나 많던가!


누군가 그랬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세요!” 나만 보는 눈이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보는 눈이 있다.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평생에 걸쳐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노력한다. 하물며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사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관계는 아무 노력 없이 거저 형성되지 않는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비나 눈이나 우박 외엔 없다. 꽤 좋은 관계를 위해, 썩 괜찮은 사이를 위해, 서로 피차간에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좋게 보려면 한도 끝도 없다. 누가 아나? 좋게 보려는 마음이 진짜 좋은 관계로 발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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