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궁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활배우 Dec 14. 2021

국궁 기본자세2

국궁일기 #3 호흡하기, 하체 힘주기, 깍지끌기


지난 시간에 이어 계속해서 빈활 당기기를 했다.

빈활 당기기 연습은 많이 할 수록 좋다고 한다.


준비자세-거궁-밀며 당기기- 만작에서 5초 버티기 무한 반복 루트

빈활을 당길 때마다 5초가 5분처럼 느껴지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 시간에는 세 손가락을 이용해서 시위를 당겼는데, 이젠 엄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시위를 당긴다. 

우리는 교육용으로 된 플라스틱 암깍지를 끼는데 내 깍지 호수는 16호다. 

나중에는 엄지가 커져서 호수가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세 손가락으로 당기던 걸 엄지에 몰빵하려니 너무너무 힘들었다. 내 엄지마디가 떨어져 나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호흡과 힘주기

이번 시간엔 호흡과 힘주기에 대해서 배웠다. 국궁은 복식호흡을 사용한다. 숨을 내쉬면서 활을 들어올리고(거궁), 이때 발끝부터 엉덩이까지 힘을 빡 준다. 그리고 다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밀며 당기기'를 한다. 5초간 버티고 시위를 놓으면서 다시 숨을 내쉰다.


확실히 지난번보다 고려할게 많아졌다. 머리가 복잡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떠올리며 따라 해본다.



보이지 않는 과녁도 맞힐 수 있다


선생님은 지금이 아니면 자세 연습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고 하셨다.

연습할 때는 목표가 눈앞에 없으니 자세에 집중할 수 있지만 눈앞에 과녁이 놓이면 지금까지 했던 자세가 다 틀어지고, 오로지 맞추려고만 하게 된다고. 맞췄냐 안 맞췄냐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자세가 중요한 거라고 하셨다.


"자세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눈을 감아도, 안개가 껴도 충분히 과녁을 맞힐 수 있어요."

이 말이 좀 멋있게 느껴져서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한 사람씩 빈활을 당기며 자세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나는 중구미가 잘 안 엎어져서 사진을 못 찍었다.

  *중구미란 줌손의 팔꿈치 아래를 말한다.('중금이'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중구미'였다.)


중구미를 제대로 엎어야 활을 미는 팔이 굽혀지지 않고 고정이 잘 된다. 또한, 화살이 나갈 때 시위가 치고 지나가지 않는다. 엎으려고 할 때마다 힘이 달려서 어깨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사진 안 찍고 슬쩍 넘어가보려 했지만 공평하신 선생님은 내가 중구미를 힘내서 엎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다. 당이 떨어져서 그런다며 사탕까지 주시고ㅠㅠㅠㅠㅠ 결국 나는 해냈다..! 덕분에 얼굴이 흑토마토가 됐음


엄지를 출전피 끝선까지 더 올려야 한다고 하셨다.


이어서 줌손과 깍지손 짜기, 그리고 오늬에 살 먹이는 법까지 배웠다.


"중구미는 못해도 짜기는 잘하네요."

중구미 못 엎고 울적해있던 나였는데, 짜기는 잘해서 다행이다.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헥헥 머리 터지는 날이었다. 다음 시간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궁 기본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