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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배우 Dec 08. 2021

국궁 기본자세

국궁일기 #2 (발자세, 준비, 거궁, 밀며당기기, 만작) 활 파지법

워낙 무기력증에 젖어있던 터라 집 밖으로 나가는 모든 행위가 귀찮았지만 '수업'이라는 강제성이 그나마 날 움직이게 했다. '강제성'을 죽어라 싫어하지만 막상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나란 사람...

버스 시간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빨리 도착했는데 몇몇 분들은 이미 와서 복습을 하고 계셨다. 그때가 수업 20분 전쯤이었는데... 다들 이렇게 진심이셨구나.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수업에 오기 전 게으름을 피우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앞으로는 나도 더 빨리 와야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저번에 배운 대로 활을 얹어야 한다. 나는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몸에 활을 걸고, 활의 탄성을 이용해서 시위를 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활 다루기가 쉽지 않다. 누가 볼까 봐 재빠르게 활을 얹으려 했지만 역시나 선생님의 레이더에 걸렸다. "무릎 더 구부리세요~" 엉거주춤한 자세로 시위를 걸고 나면 민망함에 얼굴이 시뻘개진다.


선생님은 한 번 배웠다고 해서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며 지난 시간에 배운 것들을 다시 알려주셨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 언젠가 몸에 배어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활터에서는 지도자님을 사범님이라고 부르는 듯하지만, 우리는 수업 중에 딱히 사범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서 입에 잘 안 붙는다. 글에서는 선생님이라고 표기할 예정이다.


오늘은 기본자세에 대해서 배웠다. 과녁을 옆으로 보며 쏘는 양궁과 달리 국궁은 과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활을 쏜다. 그래서 발자세도 양궁과 다르다. 국궁 용어로는 비정비팔(非丁非八)이라고 하는데 정자도, 팔자도 아닌 자세다. 선생님 말로는 이렇게 하면 가슴 앞쪽에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우리는 연습용인 20파운드 활로 기본자세를 배웠다. 화살은 위험하므로, 화살 없이 빈활 당기기를 했다. 활을 쏘기 전 해야 할 단계는 '준비자세-거궁-밀며 당기기-만작'이다.


1) 준비 자세

활을 들어 아래쪽(양냥고자)이 배꼽 밑 단전에 오도록 올려둔다.


2) 거궁

활을 물동이 이듯 머리 위로 들었다가 이마 앞으로 내린다. 이때 흉통을 최대한 넓게 쓸 수 있도록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3) 밀며 당기기

활을 잡은 손은 앞으로 밀어주고, 시위를 잡은 손은 뒤로 당겨준다.


4) 만작

활과 시위를 최대한 밀고 당긴 상태. 가슴이 최대한 열린 상태.


만작 상태에서 5초간 버티기를 계속 반복했다. 시위를 당길 때에는 손목의 힘보다는 팔과 어깨, 등 부분에 있는 큰 근육의 힘을 써야 한다. 국궁이 전신운동이라고 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깨달았다. 제일 가벼운 활을 당기는 건데도 어깨, 허리,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심지어 나는 상체에 근육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당길 때마다 몸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그만 당기고 싶어..요...으윽


활을 너무 힘주어서 잡고 있다 보면 방아쇠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활 쏘다가 몸 어딘가에 무리가 와서 그만두시는 분들이 꽤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무게를 견디려니 긴장이 돼서 힘이 자꾸 들어가게 된다. 어떤 운동이든 힘을 계속해서 주고 있는 운동은 없으니, 언제 힘을 주고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명심할 것! 힘을 줄 때 주고, 뺄 땐 빼야 힘이 더 잘 들어간다.


고작 20파운드 활에서도 바들바들 온몸을 떨었는데 최종 목표치는 여자 40파운드, 남자 45파운드라고 한다. 지금 무게보다 2배나 더 무거워진다니 눈앞이 아찔해져서 왠지 모를 막막함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선생님 말씀대로 반복만이 답이겠지. 믿을 건 너밖에 없다. 반복이 주는 힘에 기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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