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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Dec 03. 2020

저, 서있어도 될까요? (3)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의도치 않게 ‘평범’ 혹은 ‘당연함’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되면서 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 당연함에 속하지 못했던 이들의 불편함을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껏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냥 뉴스 속 키워드로만 생각되었던 '코로나 블루'가 천천히, 그리고 깊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단절이 가져다주는 고통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까. 어쩌면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혹은 내가 이를 앓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세상은 참 그런 것 같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 모르거나,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거나. 공허한데, 공허한지 모르거나.

좋은 기회로 지난 11월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있는 세상>이라는 책을 쓴 정신과 의사 안병은 씨의 북토크를 들었다. 그들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미친 자들의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말이 책 제목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한 조현병 환자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불완전한 우리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 누군가는 아프다.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픔을 받아줄 수 있는 사회였다. 내 곁에 있는 이들의 공감대와 진심 어린 돌봄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아픔을 얼마나 잘 돌보아주고 있을까. 그 아픔이 누군가에게 인식되지 않도록 꽁꽁 숨기는, 혹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숨겨지는 그들의 현실이 여기 존재한다. 그들에게 이 사회는 참 잔인하고 처절하다. 그래서, 여전히 아픈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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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나는 고작 1년이 안 되는 이 불편함에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는데, 평생을 장애를 가진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오히려 그렇게 아픈 이들이 누군가를 돌보고 돕는 일에 더 열심히 나서는 것을 보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가끔 잊는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에는 사람만이 살고 있지 않다.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이라는 동물해방물결의 문구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인류세의 오늘도 누군가는 그 아픔조차 조롱당하며 죽어간다. 느낀다는 것은 그 존재의 존엄함을 말한다.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해"


자본주의가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날뛰는 이 시대에, 이것만은 잊혀지지 않기를, 사랑의 노래가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에게 “일어서기”는 아픔에서 깨달음으로, 물리적인 행위를 넘어 세상을 향한 하나의 외침이 되었다. 그리고 함께 아픈 이들과의 연대로 이어진다. 일어나, 함께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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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took her by the hand and said to her, “Talitha koum!” (which means “Little girl, I say to you, get up!” ).” Mark‬ ‭5:41‬ ‭NIV‬‬


“예수님은 소녀의 손을 잡고 “달리다굼!” 하셨는데 이 말은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는 뜻이었다.” 마가복음‬ ‭5:41‬ ‭K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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