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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Apr 07. 2024

아재 개그를 탐하라

① 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

“거기 추장보다 높은 분 좀 줘” 

“싸이형 두 개 부탁해”

“대금이 동생 한 숟가락” 


전주에서 국수장사하던 시절 나른한 오후 주방에서 이런 싱거운 아재 개그로 손님 기다리는 지루함을 견뎠었다. 아재 개그는 망해가는 국숫집에서 유일한 에너지원이었다.

“얘는 언제 감이 깨 우릴 웃기냐?” 

감자를 깎으며 툭 던지는 이런 식의 개그가 주를 이루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그저 픽 웃고 말지만 그런 헛헛한 웃음이 있었기에 퍽퍽한 세상 속에 내 삶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경험담이니 이제부터라도 주저하지 말고 아제 개그라도 던지며 살자. 분명 인생이 즐거워진다. 

아재 개그의 원조는 내 고향 충청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여섯 살 때의 일이다. 동네 큰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 울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오더니 피우던 담배를 주며 진지하게 한마디 한다. 

“한 모금 마시고 입 막고 불어봐”  

얼떨결에 따라 했더니 

아저씨 왈 “연기는 안 새는구먼. 빵꾸 안 났으니 괜찮아. 울지 말고 뚝해” 

아파 죽겠는데 순간 웃음이 터졌다. 사실 그 아저씨는 평상시에도 아재 개그의 달인이었다. 한가한 오후 동네 꼬맹이들 모아 놓고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개그를 쳤는데 그중 온갖 동물 잡는 법은 압권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부터 온갖 산짐승 잡는 방법까지 참 모르는 게 없는 분이었다.


#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 

혹시 참새고기를 먹어 봤는지 모르겠다.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조류 중에는 랭킹 안에 드는 고기 맛이라고 장담한다. 얼마나 맛있으면 참새가 소 등 짝을 쪼아대면서 “야 네 고기 열 점 보다 내 고기 한 점이 훨씬 맛있다"라며 소를 놀린다 하니 소고기보다 맛있다고 보면 확실하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약삭빠른지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참새는 늘 우리 주변에 같이 살지만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기 먹을 것만 재빠르게 얻어 가며 산다. 하지만 이런 약삭빠른 참새도 충청도에서는 쉽게 잡는 방법이 있다. 


1) 훈련을 통해 유인하여 잡는 법

참새는 의심이 많다. 주변을 얼쩡거릴 뿐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는다. 이런 참새를 잡기 위해선 우선 참새와 친해져야 한다. 보통 시골에서는 겨울이 아니면 식사할 때 방문을 열어 놓는다. 이때 참새들도 문밖에 나타나 혹시 떨어질 횡재를 기다린다. 이 습성을 이용하는 거다. 밥 먹을 때마다 밥알 몇 개씩 던져준다. 처음에는 경계하며 안 먹지만 며칠 지나면 경계심을 풀고 던져주는 족족 주워 먹게 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날아간 밥알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받아먹는 경지에 이른다. 이렇게 밥알에 맛을 들이면 이제 참새는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이쯤 되면 사냥을 시작하면 된다. 준비는 간단하다. 모이 주었던 곳에 큰 거울을 세워 놓기만 하면 된다. 참새는 밥시간에 맞춰 시간 맞춰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거울을 향해 밥알을 힘차게 튕기는 거다. 참새는 다른 참새에게 빼앗길까 날아가는 밥알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그 순간 거울에 꽝! 기절한 참새를 살포시 주워 오면 참새 사냥 끝.


2) 술취하게 하여 참새 잡는 법

사람이든 짐승이든 술 취한 상대와의 대결은 항상 싱겁다. 이 방법은 위에 밥알 훈련 유인법 보다 쉽고 간단하다. 술지게미(술을 걸러낸 후 남는 찌꺼기)와 소주 그리고 안 깐 땅콩 몇 알 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다. 참새가 자주 모이는 곳에 소주로 버무린 술지게미와 안 깐 땅콩(껍질째)을 뿌려 놓는다. 배고픈 참새는 소주에 버무린 술지게미를 냉큼 주워 먹는다. 배불리 주워 먹고 서서히 취기가 오른 참새들은 비틀거리다 주변에 버려진 땅콩을 베개 삼아 잠이 든다. 그때 잠든 참새들을 그냥 주워 오면 참새 사냥 끝.  

웃자고 하는 얘기인데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하면 곤란하다. 나도 동네 아저씨한테 들은 얘기이니 믿거나 말거나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하여튼 충청도 아재 개그는 재미있다. 나만 그런가? 


이 글이 반응이 좋으면 참새 외에 많은 동물 잡는 법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못 웃겼으면 그만해야 하고…… 

※A/S: 혹시 위에 아재 개그를 이해 못 하시는 감 떨어진 분을 위하여

 추장보다 높은 분 → 고추장, 싸이(사이) 형 →오이, 대금이 동생 →소금

 감은 언제 깨? →감자(감이 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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