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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Apr 30. 2024

하이브 민희진 사태를 보며

창작자가 대우받는 세상 만들기

뉴진스가 하이브 소속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룹을 키워낸 곳이 자회사 어도어(민희진 대표)였다는 것은 최근에 알았다. 지난주 내내 포털에는 경영권 찬탈, 노예계약, 무속 경영 등 영화에서 나올법한 온갖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도배했다.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사이의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민희진 대표의 2시간 넘는 독특한 기자회견이 세간의 이목을 끌며 분쟁은 더욱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처음 기사가 올라왔을 때 작년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떠올라 또 하나의 아이돌 탈취 극인가 싶었는데 며칠 돌아가는 판을 보니 그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자세한 내막이야 전문가 영역이니 잘 모르겠고 여러 기사를 종합해 보니 어도어에 대한 경영권(지분?)이 걸린 복잡한 싸움으로 보인다. 지난주 민대표의 기자회견이 눈물, 욕설 사용, 노예계약 등 워낙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터라 창작자에 대한 대주주의 횡포쯤으로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니 사태의 본질은 아닌듯하다. 최근 기사의 흐름을 종합해 보면 민 대표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사태(하이브 측 주장)라는 주장과 노예계약을 체결했다(민 대표 측)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2022년 말까지만 해도 하이브의 100% 자회사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민 대표는 어도어 설립 당시(2021년) 약속받은 지분율 10%에 현금 특별상여에 해당하는 5% 지분율을 추가로 받아내며 15% 보유 주주가 됐다. 이후 뉴진스가 성공하며 특별 보상으로 추가 지분 5%(측근 지분 포함)을 받아내며 총 20% 지분을 확보했다. 이 중 15%에 대해서는 풋백옵션(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이 부여됐다.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하이브는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에 민 대표 측 지분 비율(15%)를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 약 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출처: 서울경제 기사 2024.4.30)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지난주 민 대표의 격정적인 기자회견은 사태의 본질을 가린 한바탕쇼처럼 보인다. 물론 개인적으로 자신의 창작물(뉴진스)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 자신의 탁월함을 시장가치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상도가 있는 엄연한 비즈니스 관계에서 분명 충분한 보상(대우)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하이브의 주장처럼 민 대표의 과한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전문가들은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받은 지분과 조건을 따져 보면 이 정도 대우는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한다. 


워낙 천문학적은 숫자가 오가니 쌍방 간 다툼이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꼬치는 단어는 민희진 대표가 주장하는 ‘창작자의 대우’에 관한 얘기다. 특히 천억을 넘는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자신을 노예계약 상태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창작자로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초라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창작자들 중에 민 대표처럼 천억 원대의 보상을 받는 창작자가 몇이나 될까?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 웹툰 작가나 K 팝 작곡가 또는 일부 인기 드라마 작가들이 나름 괜찮은 보상을 받고 있다지만 금액도 그 수준은 아니며 괜찮게 받고 있다고 해도 극히 일부일 뿐이다.  


얼마 전 저작권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다 세상을 등진 ‘검정 고무신’의 작가 사건이 창작자에 대한 이 나라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슷한 사건으로 ‘구름빵’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창작물이 대 히트하여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폭넓은 사업영역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했지만 정작 원 창작자에게 돌아간 수입은 몇 백만 원에 불과했던 사건이다.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창작자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음원 수익 배분 문제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수백만 조회수를 올려도 관행상 창작자나 기획사에 수익 배분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시장논리가 있으니 무조건 퍼줄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보호 및 지원정책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K 팝이 잘 팔린다지만 BTS나 블랙핑크 급의 글로벌 아이돌 말고는 여전히 데뷔를 했더라도 이름 모르게 사라져 가는 아이돌 가수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지는 않았지만 책을 출판했었고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 당사자로써 더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 바로 출판 저자들의 창작권, 저작권 보호 및 대우다. 작곡가들은 노래방에서 누군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 음원 수입이 들어오는데 책은 최초 1권에 대한 인세뿐 도서관에서 누군가 대출하여 읽어도 왜 추가 저작권 수입이 없는지 모르겠다. 음악이나 글을 쓰는 것이나 창작의 고통을 겪고 나오는 것은 같은데 왜 그런지 여전히 궁금하다. 음원 수입 책정은 전국 노래방 기기와 연동하여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도서관도 이미 전산화 다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이 책을 읽는 관계자 있으면 반드시 해결해 주기 바란다. 현재 도서 창작물에 대한 도서관 대출 이용은 창작자의 노력 보상은 없다. 그저 책 제목과 저자 이름 정도만 알리는 불합리한 시스템이다.


14~16세기 문화적 부흥을 일컫는 르네상스는 발상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되었다. 메디치 가문에는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화가, 건축가 등 온갖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르네상스라는 문화의 꽃이 피었다. 이를 ‘메디치 효과’라고 한다.

‘예술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다.’ 

국가가 창작자들에게 ‘메디치 가문’이 되어 주길 바란다. 살아생전 자신의 그림을 1점 밖에 팔지 못했다는 가난한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 옆에 그를 평생 후원해 준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명작 ‘별이 빛나는 밤’은 없었을 것이다. K 창작자들에게도 메디치 가문이 필요하다. 


창작자가 대우받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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