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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y 12. 2024

리뷰] 글로벌 푸드 한국사

음식을 알면 역사가 보인다.

글로벌 푸드 한국사: 저자 주영하,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23.10.16.

1. 들어가는 말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행위는 생물체인 인간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해 서로 호혜와 협동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호모 사피엔스만의 독창적 문화다.

글로벌 푸드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가족이 모여 경험담을 나누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가족뿐 아니라 직장 동료, 이웃들과 ‘음식 수다’를 떨어보자.

책을 펴내며 쓴 글에 나와 있는 이 문장들이 이 책을 더 끌어들이게 했다. 그럼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2. 책 속의 문장들

1) 위스키: 위스키는 12세기 이전부터 서유럽의 서민들이 즐겨 마셨던 곡물로 만든 술을 증류한 것이다. 이 증류주는 게일어로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usque baugh’라 불렀다. 이를 라틴어로 쓰면 ‘위스키’라는 말의 유래로 알려진 ‘아쿠아 비테(Aqua Vite, 생명의 물)가 된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증류주가 잉글랜드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나가면서 18세기 이후 ‘위스키’라는 이름이 널리 쓰였다.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스코틀랜드 속담)

술꾼 입장에서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나쁜 술은 없다. 좋은 술과 더 좋은 술이 있을 뿐이다.


양키 시장에서 위스키 한 병은 3,200화에 팔렸다. 1954년 공무원 평균 월급이 4,000 환 정도였으니 미제 위스키 한 병의 값이 얼마나 비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양주는 비싼 술이 되었고 양주 마시는 사람은 일부 특권층이 되었다. 검사들이 주로 양주 마시는 것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다.


1991년은 한반도에서 진짜 위스키가 법률적 ‘시민권’을 얻은 해다. 1990년 이전까지 한국 사회에는 위스키 원액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유사 위스키와 위스키 원액이 조금 들어간 기타 재제주 위스키, 그리고 불법 수입 위스키가 공존했다. 프리미엄급에 지나지 않는 ‘시바스 리갈’이 최고의 위스키처럼 즐겨 마신 이유도 위스키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바스 리갈과 대통령의 최후의 만찬…이런 스토리가 한국인에게 시바스 리갈을 더 고급스럽게 생각하고 자주 찾는 이유로 작용했다.


2) 아이스크림

1962년 ‘하드 아이스크림’이 생산되면서 불량식품 아이스케키가 시장에서 점차 사라졌다. 60개들이 아이스크림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유통했으므로 쉽게 녹을 위험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하드’라 불렀다.

→’ 아이스케키~ 얼음과자~~ 하드요~ 하드’ 어릴 적 동네에 자전거에 통을 싣고 다니면서 팔던 하드 장사 아저씨 생각이 난다.


한국의 아이스크림 역사에서 놓칠 수 없는 사건은 1986년 8월 서울 명동에 미국계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 제1호점의 개업이었다.


3) 초콜릿

한국전쟁 때 유엔군에게 “기브 미 초콜릿”을 외쳤던 아이들에게 초콜릿은 너무나 달콤한 서양 식품이었다.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열매의 씨를 볶아 분쇄한 가루와 밀크. 버터. 향료 등을 섞어 만든 식품이다.

 

오늘날과 같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 이벤트는 1968년 처음 시도되었다.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가 수입 잡화 전문점인 ‘소니 플라자’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자신들이 수입한 초콜릿을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11월 11일 가래떡데이, 3월 3일 삼겹살데이 이런 날이나 잘 지키자. 


초콜릿의 역사에는 제국과 식민지, 향유와 착취라는 양극단이 도사리고 있다.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 피자

피자의 어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납작하게 만들다’라는 뜻의 고대로마어 ‘pinsere’의 과거분사인’pinsa’라는 주장과 ‘당겨서 팽팽한 상태가 되게 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pizzicare’에서 왔다는 설이다. 두 가지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피자는 본래 납작한 빵을 뜻한다.


1980년대 중반 세계화 과정에서 피자는 전 세계인의 음식으로 자라 잡으며 전 지국적인 식품이 되었다. 한국식 피자도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2020년대, 한국식 피자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독보적 혼종 문화 창조자의 면모를 피자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한국식 피자가 제일 입에 맞더라.


5)커리(카레는 커리의 일본어다):향신료를 넣은 고기, 생선 또는 채소로 만든 스튜로, 밥과 빵, 옥수숫가루를 비롯한 탄수화물 음식과 함께 먹는다 


제국의 중심에서 밖으로 밀려나간 물결은 썰물이 되어 이국의 맛에 길들여진 식민지 개척자들을 본국으로 싱어 나른다. 그렇게 옛 제국의 심장부는 한때 제국의 식민지였던 이들의 음식으로 물든다.(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

→음식문화의 힘이 제일 세다. K 푸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6) 우유

우유는 영어로 밀크(milk)다. 밀크는 ‘젖을 짜다’라는 의미의 게르만어 ‘메올크(meolc)’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젖은 포유류에서 나오는 유즙을 가리킨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자로 우유(牛乳)라고 표기한다. 

→나는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한다. 우유를 소화하는 어떤 효소가 부족한 것이 그 이유라는데..


7) 빵

독일의 한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업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도시 중 바게트, 식빵, 롤빵같이 반죽을 부풀려 만든 로프 브레드 1킬로그램당 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서울을 꼽았다. (중략) 몇몇 재벌 빵집의 시장 독점은 서울의 빵값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만들었다.

→동네 빵집을 살려야 한다. 하긴 요즘 동네 빵집 빵값도 만만찮던데…


8) 차

차茶는 참 어렵다.

차에는 장신을 각성시키는 테인이란 성분이 들어 있어 처음에는 승려들이 수도할 때 졸음을 막기 위해 마시곤 했다.

1830년경  초의 선사는 다산 정약용에게 배운 떡차 만드는 법을 응용하여 초의 차를 만들어 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차는 한국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글로벌 푸드다. 하지만 한국의 차는 재배지가 좁고, 조선시대 성리학에 밀렸고, 20세기 이후 커피와 산업 음료에도 밀리면서 여전히 식탁의 가장자리에서 겨우 버티는 중이다.

→내 동무 박시도 선생은 순창에서 여전히 돈도 안 되는 야생차에 미쳐 살고 있다. 올해도 이 시기(4~5월) 차를 따고 만들고 있으니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연락 주시라.

순창 야생차밭 소개: https://blog.naver.com/junbh1/220755648875


9) 향신료

고추가 한반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왜개자 또는 왜초라 불렀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열매라는 뜻이다. 고추는 남만초 또는 남초, 번초 등으로 불렀는데, 남쪽의 오랑캐, 즉 동남아시아에서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인이 먹고 있는 식재료 중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고추 등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다. 1492년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 한반도까지 유입된 것이다.


청양고추는 1983년 당시 한국 최대 종묘회사인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중앙종묘는 커리 재료에 필요한 캡사이신 추출용으로 타이 재래종과 제주도 재래종을 잡종 교배하여 신품종을 개발했는데, 예상보다 캡사이신 추출률이 높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졌다. 중앙종묘는 이 신품종을 버리기 아까워 시험 재배에 참여한 경상북도의 청송과 영양의 농민들에게 무료로 씨앗을 주었다. 농가에서는 재배한 청양고추의 풋고추를 인근 횟집에 제공했는데, 횟집에서 매운탕에 넣었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사실이 중앙종묘에까지 알려져 신품종 고추는 청송의 ‘청’ 자와 영양의 ‘양’ 자를 따서 ‘청양고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종묘는 1997년 IMF로 이듬해 종자회사인 세미니스에 인수 합병되었다. 세미니스는 다시 미국의 종자회사 몬산토에 넘어갔다. 오늘날 청양고추의 재산권은 몬산토에 있다.

→아니러니 하게도 시험재배 지와 아무 상관없는 청양고추는 내 고향 청양의 특산물이다. 아마도 이름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청양고추 재산권을 빼앗겼다니 슬프다.


3. 독후 감상

K푸드가 세계를 홀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조금이나마 올라간다. 한 번쯤 읽어 보기를 강추한다. 음식 싫어하는 사람 드물지 않은가. 읽고 나면 무엇인가 먹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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