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
대중의 사랑을 받던 브랜드가 지속적인 관리 및 위기관리에 실패하여 하루아침에 고객들의 사랑을 잃게 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숨겨진 행위들이 드러나 대중에게 큰 실망을 주는 사건이나 사랑스러운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사랑을 받던 인플루언서도 위기관리에 실패하여 대중의 신뢰를 잃는 사건은 왕왕 발생하는 일이다. 잘 나가는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도 한순간의 실수 혹은 반복된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브랜드 가치 추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당연하게도 브랜딩, 즉 브랜드 관리를 잘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브랜딩은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이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이는 브랜드의 어원이 불로 만든 표식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실제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광범위한 업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하는 전략, 감각적인 요소 디자인, 브랜드 내재화를 하는 조직 관리, 브랜드 내/외부의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의 다양한 업무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브랜딩이란 무엇이고,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또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브랜딩 = 로고 디자인이라고 인식된 데에는 브랜드의 어원 외에도 1970년대의 브랜드 연구가 미국의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시작된 영향도 있다 (Selame and Selame, 1975). 이 시기의 미국의 브랜드 전문가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동일시했다 (Margulies, 1997; Olins, 1979). 즉, 브랜드의 큰 방향성을 잡은 후, 그에 맞는 시각적 요소들을 톤 앤 매너에 맞게 디자인하는 것이 브랜딩이었다.
반면,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브랜딩의 범위를 시각적인 요소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브랜드 정체성은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조직 행동과 다른 커뮤니케이션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Birkigt and Stadler, 1986). 이러한 관점은 브랜딩을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그 범위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브랜딩은 branding + ing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단순하게는 브랜드명을 만드는 것부터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모든 요소들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큰 그림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전략 수립, 고객과의 접점 디자인, 고객의 요구에 적합한 응대를 위한 조직관리,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 등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수정, 보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지출되기 마련이다. 10가지 중 9가지를 잘했더라도 마지막 1가지에서 실수를 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헛될 수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던 브랜드가 지속적인 관리 및 위기관리에 실패하여 하루아침에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듯, 브랜딩은 브랜드와 세상이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다.
브랜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요소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브랜딩의 본질을 파악하고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브랜딩 실무를 하며 경험한 것과 브랜딩 연구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브랜딩 요소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그 하위 요소를 정의한 것을 공유한다.
브랜딩은 중심요소인 브랜드 정체성, 소통 요소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결과 요소인 브랜드 이미지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브랜딩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사항은 브랜드 정체성(아이덴티티)과 브랜드 이미지를 구분하고 그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 모두 영어 약자는 BI라고 쓴다. 그래서인지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기보다는 두 개의 단어를 포괄하는 의미로 브랜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브랜딩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이미지의 선행조건으로,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도 이질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심 요소, 브랜드 정체성 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오너 (브랜드를 만든 주체)의 의도를 담고 있다. 이는 타인이 내 브랜드를 생각할 때 떠올리게 하고 싶은 느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브랜드 오너의 의도를 담은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개인(마케터, 경영자)의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만들면 안 된다. 브랜딩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시작점이기 때문에 명확한 콘셉트와 방향성을 갖고 기본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오너의 의지를 내포하며 브랜딩의 내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 가야 한다 (Aaker, 2012).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도 고려하며 구축되어야 한다 (Iglesias et al., 2020). 이러한 브랜드 정체성의 '양면성'으로 인해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 사이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da Silveria et al., 2013, p.29).
브랜드 정체성은 한 두 가지의 요소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의 역사, 철학, 각종 문화 및 윤리적 가치, 비전과 미션, 신념, 리더의 성향 등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의 핵심에 의거하여 설정해야 한다.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의 핵심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전략적 정체성, 전략적 정체성을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의 다양한 감각적 요소로 표현하는 감각적 정체성, 그리고 브랜드를 내재화하는 조직적 정체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통 요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정체성 요소들만으로도 대략적인 느낌은 전달할 수 있으나, 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다. 사람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고객 및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으로 구분된다.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제품, 서비스, 마케팅/홍보/광고 활동, 구전 활동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메시지를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고 이를 내재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포함한 소통이다. 직원들의 브랜드 내재화가 중요한 이유는 대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홍보 활동 시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설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그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직원들을 교육시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브랜드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또한 각종 마케팅, 홍보, 광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도 이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과 고객들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외교관 (brand ambassador)으로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기도 하며 긍정적인 구전 효과를 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실망한 직원이나 고객은 부정적인 구전 효과를 전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의사소통을 통해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으로 소통 요소라 명명했다.
결과 요소,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이미지는 '타인이 나의 브랜드를 생각할 때 실제로 떠올리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인지하며 받아들이지를 의미한다. 브랜드 이미지 역시 한 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브랜드와 소통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는 기능적 품질로 인한 연상 작용일 수도 있고, 특별한 경험으로 인한 연상 작용일 수도 있다. 즉,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며, 감정을 싹 피우고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브랜드의 명성이 높아지게 된다.
브랜드 경험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경험할 수 없으므로 각 사람이 형성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느끼고 형성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애플에 대한 개인의 브랜드 경험과 그에 따른 세부적인 인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심플', '혁신', '감성', '편리한 UX/UI', '고급진 느낌' 등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는 생전에 비해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브랜드이기에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긴 하지만, 그 당시의 강렬한 인상으로 형성된 것이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는 한번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바꾸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렇다면,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모호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일수록 핵심이 부재한 겉핥기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커뮤니케이션에 시간, 돈, 노력을 들여도 모호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누군가의 핵심이 부재한 장황한 이야기를 들을 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핵심이 뭔데?” 브랜딩에서도 이와 똑같이 적용된다. 반대로, 핵심이 뚜렷하고 전하고자 하는 바가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브랜드는 고객들이 형성하는 브랜드 이미지도 브랜드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할 때,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어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 간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설정한다는 것은, 그저 보기 좋게 포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브랜드의 기본(base)을 다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이다.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전략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핵심을 설정하고 이를 다양한 감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일관성 있게 표현해야 한다. 이 근본 틀이 없이 보기에만 좋게 포장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할 때 우왕좌왕하며 오히려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고객들이 쌓아놓은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려 지속적인 브랜드로서 성장이 어렵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 간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실패한 브랜딩, 좁으면 좁을수록 성공한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은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의 괴리와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결국, 브랜딩은 브랜드의 핵심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며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프로세스다.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경우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핵심이 부재한 상태기 때문에 브랜드 스스로가 지향하는 바, 나아가야 할 방향이 없기 때문에 상황마다 임기응변식의 대처를 하는 경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위기상황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곤란을 겪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단기간에 인기를 얻은 브랜드일수록 이러할 가능성이 높지만, 오래된 브랜드 중에도 보이는 것에만 충실했던 경우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다. 반면, 브랜드 핵심을 바탕으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설정하고 내부 조직원들에게 그 정신을 잘 숙지시키는 브랜드의 경우는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관리하며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
브랜딩은 단순히 마케터의 업무, 혹은 마케팅 전술 중 하나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전사 차원에서 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에 인내하고 투자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관성 있는 지속적인 관리를 통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는 한 번 정한 것이 있으면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브랜드의 핵심은 명확화 하되, 브랜드 정체성을 표출하는 방식은 트렌드에 맞춰 관리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다는 의미다.
참고자료:
Aaker, D.A. (2012), Building Strong Brands, The Free Press, New York, NY.
da Silveira, C., Lages, C. and Simões, C. (2013), “Reconceptualizing brand identity in a dynamic environment”,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Vol. 66 No. 1, pp. 28-36.
Iglesias, O., Landgraf, P., Ind, N., Markovic, S. and Koporcic, N. (2020), “Corporate brand identity co-creation in business-to-business contexts”, Industrial Marketing Management, Vol. 85, pp. 32-43.
Margulies, W. (1977). "Make the most of your corporate identity", Harvard Business Review, Vol. 55, pp. 66.
Olins, W. (1979). "Corporate identity: The myth and the reality",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Arts, Vol. 127, pp. 208-223.
Selame, E. & Selame, J. (1975). Developing a Corporate Identity: How to Stand Out In The Crowd, Chain Store Pub. Corp., New York, 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