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백 일흔 이틀 190222
오늘 오후 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그렇다면
오전 중에 끝나는 가파도 올레길로 고고.
아침 9시 첫 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운진항으로 간다.
운진항 승선 대기실에 있는 자료.
가오리를 닮은 섬이구나.
운진항에서 출발한지 10분 만에 가파도에 도착한다.
영락없는 가오리 모양이네~ ㅎㅎㅎ
지도에 표시된 분홍색 길이 가파도 올레 10-1 코스 4.2km이다. 그래서 휴식의 올레라고 한다.
시작 스템프를 찍고 올레길 걷기 시작.
가파도의 돌은 제주 본섬과는 다르다.
연보라색, 연한 녹색, 베이지색, 진한 회색,,,
오묘하고 다양한 색깔의 돌.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해안가 풍경을 그린다.
풍력 발전기, 파란 지붕 집, 섬, 색색의 돌들,,,
가파도엔 고양이가 참 많다.
조심성이 많아서 가까이 가기도 전에 도망친다.
가파도의 청보리 밭.
아직은 어린 새싹들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봄에는 청보리 축제가 있단다.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곳.
해발 고도 20.5m의 소망 전망대. ㅎㅎㅎ
이곳에서 제주 본섬, 한라산까지 보인단다.
오늘은 비오기 직전 하늘이라 건너편 오름도 흐리게 보인다.
그래도 설문대 할망께 소망을 빌고 왔다!
"올 해 안에 올레길 완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소원은 제주도에 두달에 한 번은 놀러올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이다. ㅋㅋㅋ)
초록초록 생기 넘치는 아기 청보리들.
그 사이로 산담(산소)들이 보인다.
참 대조적인 소재 이지만
생과 사, 시작과 끝, 태어나고 죽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운 순환이고 흐름이니
서로 잘 어우러지나 보다.
올레길을 걷다 마주치는 산소에서
제주를 아름답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평안히 쉬시라고 꾸벅 인사하고 지나간다.
제주도의 산담.
산담은 무덤 주변에 둘러져 있는 돌담이다.
이렇게 매일 나와 돌보는 밭 한가운데에 산소가 있는 것을 보면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밭일하며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산담을 보며 산소 주인도 떠올리며 평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기도 하겠지만, 사는 동안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거다. 메멘토 모리가 별건가, 이런 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지! 가파도에는 밭 한가운데에 산담이 유난히 많네.
바다를 향해 난 길.
현실의 길이 아닌 영화 세트장 같다.
영화 세트장 하나 더 추가요!
중간 스템프 없이 바로 종착 스템프.
가파도는 화장실 표지판도 참 예술적이다!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해물짬뽕집에 다시 감.
오늘은 혼자 먹어서 그런지 덜 맛있다.ㅠ ㅠ
짬뽕을 먹고 섬을 가로질러 항구로 걸어 간다.
바다로 퐁당 떨어지는
워터 슬라이드 꼭 타러 와야지!!
운진항에서 가파도행 9시 배 표를 끊으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11시 20분 배가 예약 된다.
걷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그림까지 그리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 다음 2시 20분 배를 타고 나오니 여유있게 산책하고, 천천히 그림 그리고, 식사를 하고도 한 시간이 남는다. 하,,, 좋다!
그러고 보니
<마감 임박> 불이 깜빡 거리는 나의 제주 라이프와
메멘토 모리가 닮은꼴이네.
여러모로 체험학습 시켜주는
원터풀 제주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