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스로에게 씌운 잡다한 모자(?)들로 역할하며 사느랴, 벌써 한참 동안을... 가만히 앉아서 종이에 끄적이고 할 시간이 없이 살았다.
물리적 피로, 심적 번잡함의 한계치에 다름에 따라, 지난 주말에는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특별한 일도 하지 않으며 이틀을 보내는 처방을 스스로에게 내렸다. 오래전부터 친구가 가자 노래를 부르던 래프팅 및 교외 나들이도 거절하고 일주일 신세 좀 지고싶다는 가까운 친구의 청도 거절했다. 다 조금 노력하면 yes 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원망받더라도 상대의 잠시의 서운함도 감내하고 내 안의 필요를 인정하는 거.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며 배워간다.
2.
장을 봐 텅 빈 냉장고를 채소와 과일로 채우고, 헐레벌덕 쫓기며 우당쿵탕 요리한 시시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우던 습관을 조금씩 털어내고 순간순간 내 몸이 부르는 음식을 조용히 요리해 먹었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시시한 영화도 좀 브라우징하고 그게 지겨워지면 화분에 물을 줬다가, 익고 있는 장독대도 괜히 열어보고 먼지도 닦고 했다. 그렇게 이틀을 쉬니 일요일 저녁 즈음에는 꾸역꾸역 미루던 요가도 결국 하게 되더라.
3.
오랫만에 이틀을 조용히 혼자 보내고 나서 오늘 세수를 하는데 (정말 놀랍게도) 거울 속의 얼굴이 조금 차분하고 조금 맑아졌다.
4.
쉬면서 한 잡다한 생각들 중 하나. 참 웃기게도 사람은 한결같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점에서. 최근 어떤 사람이 좀 많이 불편해졌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년 그사람을 많나고 그렇게 좋아한 이유도 대략 같은 이유더라. 슬픔과 절망에도, 기쁨과 환의도 조금더 무덤덤해지려한다. 그냥 그러니? 하고 바라보는 거... 아직 잘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