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Dear my president.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경호원들과 농구하는 영상을 본 적 있다. 웬만큼 농구 좀 한다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한 슛을 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가끔은 NBA 경기장에 나타나 선수들을 응원하며 그 누구보다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젊은 대통령.
어렸던 나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소통하는 리더가 간절했고, 무엇보다 멋있는 대통령을 원했다.
완벽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분명 미국 내에서 많은 이들의 원성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적어도 자기 대통령이 부끄럽진 않았을 것이다.
고백하건대 지난 십 년 동안 참 많이 부끄러웠다.
국민과 귀 닫고 입 닫고 지낸 십 년 동안, 무엇이든 감추어야 미덕이었던 불신의 십 년 동안, 부끄러운 마음으로 청춘을 살았다.
아마 그네들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아름다운 촛불일 것이다. 촛불을 든 국민의 단합이며,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일 것이다. 그토록 깨지기 어려워 보였던 대구경북 젊은이들의 지지당을 바꾸며 지역감정을 완화시켰고, 보수와 검찰과 언론이 자정작용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구태여 잘 못했던 점을 나열하진 않겠다. 나열이 될까 싶기도 하거니와 빨리 잊고 싶기도 하고, 너무 많은 슬픔이 담겨있기도 하다.
나도 어렴풋이 안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부끄러운 리더는 이제 사양하고 싶다.
이번에도 참 많이 어려울 거다. 잃어버린 십 년 동안 돈도 다 잃어버렸다. 나라에는 돈이 없고, 여당과 일부 언론은 여전히 근본 없는 견제를 하며 '국민'보다 ‘권력’를 향할지 모른다. 마치 그때처럼.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비범한 대통령이 살고 있었다. 이마에 진 깊은 주름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솥뚜껑 같은 손을 내밀며 지겹도록 국민들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 언론과 맞서 싸웠으며 때로는 국민들에게 힘들다며 푸념도 털어놓았다. 국민과 같은 눈높이를 가졌던 사람.
우리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대통령이 있었다. 시대보다 너무 앞서 대통령이 된 그는 오래도록 온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로부터 다시 십 년이 지났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우리가 사는 건 과거가 아닌 현재다. 그러니 지금 나는 잃은 많은 것들보다 얻은 현재의 기쁨만 만끽하고 싶다.
문재인 님. 우리는 운명처럼 당신을 얻었다.
당신은 그저 멋있는 대통령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과 소통하며 많이 웃게 해 줬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 지금처럼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대통령. 책임 앞에선 뒤로 숨기보다 앞서서 대화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분노와 불신은 지난 10년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평화와 신뢰가 간절하다.
그리고 행여나 너무 많은 부담을 갖진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은 또 국민대로 열심히 알아서 살아갈 테니 우리 인생 책임지려 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지난 10년도 잘 버텨온 국민들 아닌가. 물대포를 쏘아대도, 나라를 내팽게쳐도 우리는 꿋꿋이 10년을 잘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는 너무 걱정 말라.
초심이 진심으로 울려 퍼져 대한민국을 감동시키는 건 당신만의 몫이 아니다. 국민들의 몫이며, 우리의 몫이며, 나의 몫이다.
시작될 5년이 기대되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대통령님,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