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생활글1 27화

2021년 우리의 집,
나의 방 그리고 나의 자리

생활글_20210802

by 히요

처음으로,

너무나 작업실이 가지고 싶었다. (*그동안 '작업실'이란 이름으로 두 곳의 장소를 가졌었지만!처음으로!)

하지만 지금은 함께 사는 집. 나 혼자 만을 위한 공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아서 방 한켠 작은 구석자리를 만들었다. 지난주 대전에 솔밧집에서 여기 저기에 머무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구석진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 머무르고 있는 단독주택이 점점 마음에 들어온다. 1년 반쯤 전에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복층 집을 찾다가 운좋게 만난 이 집. 나에게 몇 번째 집일까? 손에 꼽기 어려울만큼 자주 이사를 다녀서 바로 대답하긴 어렵지만 언젠가 집에 대해 방에 대해 기록해 보고 싶다. 그와 함께 산지 6년째인데, 집은 벌써 4번째! 그래서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전세금을 빌려서 얻은 집. 나의 소유는 아니지만 지금 나의 집. 그 집에서 지낸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대문을 열면 아기자기한 돌계단이 현관까지 이어져 있고, 작은 마당이 있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심어둔 감나무, 매화나무, 무화가 나무가 듬직하게 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맛있는 열매를 내어준다. 지난 가을엔 크고 달달한 대봉감을 주변에 나눌만큼 넉넉하게 주었고, 올 봄에는 가장 먼저 봄을 알려준 매화꽃 그리고 여름을 기다리는 사이 초록초록한 매실이 열렸다. 무더운 한 여름이 되자 요즘은 매일 무화과가 2-3개씩 익어가고 있다. 어떻게 먹어야하지? 고민하다가 똑똑 따서 깨끗이 씻은 무화과를 부지런히 얼리고 있다. 이번엔 무화과 청을 만들어봐야겠다. 지난해엔 무화과 잼을 만들어서 추석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수확하고 요리하고 나누는 기쁨이란! 가끔은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캠핑도 가능한 공간. 마당이 있어 행복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1층 , 함께 쓰는 부엌과 거실, 욕실, 작은 창고가 있다. 내부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편안히 잠드는 방, 그리고 고양이들이 지내는 2층 방이 있다. 이전 작업실 짐과 컴퓨터 책들이 있는 곳, 무엇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었지만 무엇도 하지 못했던 곳. 나는 아무곳에서나 잘 적응 하는 사람이라고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나를 보다보니 난 생각보다 예민한 사람이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자리의 식사를 하고 나면 꼭 체한다.) 이사를 쉽게 잘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짧은기간 적응하고 정을 붙이고 또 이별하느라 많이 지쳤겠구나...이 집의 공간 하나하나 적응하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모른체 덤덤한 척 집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왔구나. 고생했어...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집들아, 미안하다.












최근 겨우 2층을 내 공간으로 진심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돈을 했다. 구석이 필요했으니 구석에 작은 책상을 놓고 마음에 드는 테이블보를 덮고 스탠드를 켜고. 손에 닿기 쉬운곳에 색연필을 두고 타로카드를 두고 나의 신전을 두고. 생각보다 많아진 식물 친구들이 잘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 등 뒤엔 10년이나 함께한 고양이 친구들 폴이 봄이가 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계로 거듭나고 있는(있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그도 1층에 있다.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 그 곳 각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편안함이 좋다. 늘 쾌적하고 편안한 일상은 아니지만 자주 시간을 내야겠다.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아서, 책상에 앉기 위해서는 그 어떤 분위기가 필요하지만! 그럼 뭐 어떤가! 분위기 내면서 앉아 보는거지.

이제 정말 나의 내면을 바로 볼 준비가 조금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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