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에 대해서, 한 순간 한 순간이 마치 축복처럼 다가왔다가 새벽의 그림자처럼 흔적없이 사라져 감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영원한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마다 매순간 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며 우연한 만남에도 저 신비롭고 불가해한 우주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윤대녕, 2010) 67,68쪽
2013.8.19. (고짱)
맨 처음 나와 나의 친구로 시작해서 친구의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와 내가 친구가 되는 상황이 다방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다. 거리낌없이 서로의 친구를 소개해주고 잠시 앉은 자리에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신기한 일들이 이어졌다. 다방에는 언제나 아는 친구 80%, 처음 방문한 이들이 20% 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었던 것 같다. 너무 친밀해지지도 않으면서 서먹하지도 않은 분위기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타지에서 부산으로 오는 친구가 있으면 꼭 다방으로 데려와 소개해 주기도 했고, 이곳의 환대를 잊지 않고 저곳에서 “부산에 가면 무척 재밌는 곳이 있는데 말이야…”하면서 부탁하지 않아도 우리들의 편에서 친구가 되어줬다. 소문을 듣고 찾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우리의 장소가 대로변에 있지 않고, 뒷골목에 있었던 덕분인지 방문하는 이들 모두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불편하지도 않았다.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나 허들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하나같이 친구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걸까? 게다가 다들 개성 있고 독특한 인상인데도 어울리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비슷비슷한 고민에 비슷비슷한 상처, 우리들은 닮아 있었다. 생각다방 산책극장만의 주파수가 있었던 것일까.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어렴풋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바깥으로 신호를 보냈다. 어디까지 닿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