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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요 Sep 07. 2023

부산시 중구 동광동

: 원도심, 작업실

 백년어서원에 있으면서 이미 친숙한 동광동, 그리고 또따또가. 칠산동에서 이사 나오면서 공식적으로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장소는 더이상 없게 되었는데 그동안의 활동 경력을 들고 또따또가*에 작업실을 받아볼까 싶어 이력서를 냈다. 공식적인 인증을 받고 했던 활동이 많지 않아서 입주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생활예술문화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 예술’이란 장르가 생긴 것 같았고 나는 그게 어떤 장르인지도 모른 채 시대의 흐름을 타고 2016년 아성빌딩 301호에 입주했다. 


 이름을 정하는데 꽤 오랜시간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제 자립을 해야했다. 그래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창이 아주 많아서 빛이 충분히 드나들었던 히요방! 큰 건물에 작업실이 여러 방 모여있었는데 보이지 않게 힘이 되주었다. 나를 채근하지 않았고,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고 싶은 만큼만 했고, 나머지 시간엔 충분히 쉬었다. 워낙 많은 예술가들이 모인 곳이어서 나도 은근슬쩍 ‘작가’의 대열에 서곤했는데, 도대체 무얼하는 작가란 말인가! 내내 그 옷이 불편했다. 특별한 특기도 없이 미술도 음악도 글도 아닌, 나는 어떤 작업을 한다고 소개해야 하는거지?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 


“모임을 자주 만들고 열어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그 일이 가능하게끔 도와주기도 하고요. 가끔은 요리도 하고, 글도 써요. 아주 잘쓰는 건 아니지만 계속 쓰고 싶어요. 말하자면 기획자일까요? 아, 그런데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여전히 어려운데… 저를 그냥 만나 보시겠어요?”


‘생활’이라는 말 앞엔 언제나 ‘회복하는’이라는 수식어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회복하는 생활 그건 거창한 깨달음 같은 게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매일매일 반복하는 청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산을 안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운동선수들처럼 우리 또한 부상(상처)을 안고 생활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품고 안으면서 잘 어울려 사귈 수 있을 때 생활은 ‘다른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됩니다.
「재활하는 몸, 회복하는 생활」 <생활글쓰기모임> 짧은 에세이 중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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