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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필 Feb 17. 2019

눈이 쌓이는 곳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펑펑 예쁘게도 내린다.

어떤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 눈발을 막고

어떤 정류장 지붕으로 숨어 하아-얀 숨을 내쉰다.

눈을 피할 길이 없는 나무는 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검은 전깃줄 위에 하얀 줄 하나가 더 생겼다.

하얀 줄이 중간에 끊어져 있는 건, 새가 앉았다는 뜻이겠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건만

달리는 자동차와 짙은 콘크리트에는 눈이 쌓이질 않는다.

어째 그런가 한참을 바라보니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는 눈이 쌓이지를 못하는구나.

빠르게 지나가는 곳에는 눈이 쌓이지를 못하는구나.

느리게 살아야겠다.

눈이 쌓일 수 있게.

내리는 눈을 온도로 기억할 수 있게

눈이 소복이 쌓인 이 풍경을 그리워라도 할 수 있게

수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눈이 천천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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