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펑펑 예쁘게도 내린다.
어떤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 눈발을 막고
어떤 정류장 지붕으로 숨어 하아-얀 숨을 내쉰다.
눈을 피할 길이 없는 나무는 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검은 전깃줄 위에 하얀 줄 하나가 더 생겼다.
하얀 줄이 중간에 끊어져 있는 건, 새가 앉았다는 뜻이겠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건만
달리는 자동차와 짙은 콘크리트에는 눈이 쌓이질 않는다.
어째 그런가 한참을 바라보니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는 눈이 쌓이지를 못하는구나.
빠르게 지나가는 곳에는 눈이 쌓이지를 못하는구나.
느리게 살아야겠다.
눈이 쌓일 수 있게.
내리는 눈을 온도로 기억할 수 있게
눈이 소복이 쌓인 이 풍경을 그리워라도 할 수 있게
수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눈이 천천히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