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만난 친구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바로 옆 동네로 이사와 놓고는 5년 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이유를 그렇게 한 마디로 털어놨다.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대신, 소주를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사실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연애를 할 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텐데, 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친구의 경우는 그것과는 다르지만, 나는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공감과 이해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1년 후, 친구로부터 치료를 마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치료 다 했으니 햄버거나 하나 사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만난 우리는 정말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씻고 다니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에는 옷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 그러다 문득 치료가 끝난 기분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친구가 말했다. “마음의 상처는 피부에 나는 상처와 달라서 사람마다 치료 속도도 방법도 달라. 그리고 환자가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서도 달라. 나는 내 상처를 치료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 사실 지금도 치료가 끝난다는 사실이 기쁘지만은 않아.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나이를 먹은 내 어깨에는 무게가 많아. 마냥 아파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래서 치료를 마치기로 했어.” 친구가 이어서 말했다. “세상에는 아픈 일이 많아. 어쩌면 나에게 찾아온 아픔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픔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몰라. 중요한 건 그 아픔을 어떻게 아파하는지에 대한 거야. 마음이 아픈 건 참는다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쌓이게 돼. 이제는 알아. 아파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