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주차하고 문 닫으며 돌아본 뒷 문에 은행잎 하나가 찰싹 붙어있다. 원래부터 차의 한 부분이었던 것처럼.
건망증이 심해, 카카오톡 '나에게' 채팅방을 메모장으로 자주 사용한다. 가스 점검과 같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문득 떠오르는 글감들도 모두 적어둔다. 일상에 필수적인 과업들(예를 들어, 두부 사기, 고지서 처리하기 등)은 하루 바삐 처리되지만, 글감들은 미루고, 또 미루어져 묵혀지게 된다.
짧게 생각의 단상을 메모한 지, 3년. 그 단상들은 글이 되지 못하고 애매한 문장으로만 남아, 기록된 까닭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 날의 은행잎도 그랬겠지. 오늘 기록해두지 않는 이상, 언제, 어디에 어떤 사연으로 붙어있는 은행잎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