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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Mar 14. 2020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대가 누군지 궁금해요

책 한 권을 읽으면, 작가와 만난 지 2일 정도 된 친구가 될 수 있다. 온전하게 친해지지 않았지만, 아주 약간 알아가고 있는 단계의 친구랄까?


'괜찮은 친군데?'라는 생각을 갖고, 작가의 흔적을 따라 그가 쓴 책 3권 이상 읽으면, 그의 성격이나 취향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에세이 작품들이 그를 알아가는데 큰 공을 세운다.


그렇게 그와 어느 정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생각할 때,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물론, 요즘은 책 앞부분이나, 띠지에 작가의 얼굴이 실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는, 얼굴을 먼저 보고 친구를 알아가는 것이니 다른 것들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책에 작가의 이름과 짧은 소개만 실린 경우, 책을 다 읽어갈 때쯤 작가의 얼굴이 무척 궁금해진다.  내가 상상한 그 얼굴이 맞을까, 분명 그는 안경을 썼을 거야, 머리는 어깨를 살짝 넘은 생머리가 아닐까. 단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100여 장에 담긴 그의 생각을 읽고 나면, 그의 얼굴이 저절로 상상된다. 그의 글들을 닮았으리라 생각하며...


그리고,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찾고, 사진을 확인하면  이상하게 허전한 마음이 든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도 허전하고, 달라도 허전하다. 롤러코스터를 무척 타고 싶어, 친구와 2시간을 기다리다, 타고 내린 순간의 허무함 같은 것이다.


그래도 그 기대감과 허무함의 반복이 나쁘지 않다. 다만, 요즘은 그 기대감과 허무함조차 갖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책, 라디오( TV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DJ 경우), 이름 모를 가수의 노래들이 내게 짧은 기대감과 허무함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해 줬다. 그리고, 팟캐스트까지.

그런데 유튜브가 등장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는 BJ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콘텐츠를 만든다. 상상할 틈은 거의 없다. 바로 누가 부른 노래인지, 누가 연주한 음악인지, 어떤 이가 영화를 찍고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유튜브 덕분에 볼 수 없던 장면들을 집에 누워 보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상상의 틈을 조금은 빼앗긴 것 같아 아쉬운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다른 부분에서 상상의 틈을 찾아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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