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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Mar 09. 2020

요가

'내 탓이오.'

 코로나 19가 우리 삶에 들이닥치기 전에는, 언제든 바깥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바깥 운동을 미루곤 했다. 또 요가학원도 등록했다는 든든함 덕분인지, 학원 시간 외에는 제대로 된 운동 한 번 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곤 했다. (심지어, 요가학원도 자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의 게으름을 보여준다. 요가학원을 가지 않아도도 주변 사람들에게 '요가학원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어.'라고 말하면 운동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느낌이다.)

 그러나 2020년 2월,  코로나 19가 찾아오자, 감염예방을 위해 필요한 일 말고는 외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그대는 바깥에서 당분간 활동적인 운동은 하기 힘듦'이라는 명령처럼 다가왔다. 밖에서 생활하는 반경이 줄어들고, 휴대폰 어플 '만보기' 친구 또한 주인의 적은 걸음걸이 숫자에 실망하고 있는 순간, 정신이 버쩍 들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장을 보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 움직이며 위로하던 '운동 자괴감'이 무겁게 다가온 것이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곧, 의식적으로 내 몸을 움직여 운동과 비슷한 활동, 또는 운동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난 '요가 소년' 선생님을 찾았다. 유튜브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요가 선생님이지만 나지막한 목소리, 또렷한 발음, 섬세한 설명으로 요가학원 못지않게 좋은 수업을 제공해주시고 있다. 

 '요가 소년' 선생님과 1주일 정도, 꾸준히 요가를 하자 딱딱했던 근육들이 풀리기 시작하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내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평소 쓰지 않던 근육들까지 친절하게 만져주었을 때 몸은 행복해했다. 

 그러나 일터에서 고민이 생겨, 멘붕에 빠지고 1주일간 운동을 못 하게 되자, 몸은 예전처럼 돌아왔다. 삐걱거리는 골반, 개운하지 않은 잠. 몸은 눈치도 참 빠르다. 주인이 잠시 헤매며 혼란 속에서 흔들리자, 몸도 함께 울적해하기 시작한다. 

 

 '내 탓이오.'라는 말이 이제야 마음에 와 닿는다. 유전적인 부분 외에 내 몸은 정말 '내 탓'이다. 내가 내 몸을 대하는 정도로, 내 몸은 모양을 갖추고, 건강해진다. 부모님이 사랑으로 거두어주시는 것은, 청소년기까지. 그 후의 내 몸은 정말 온전히 내 것이 되어 나에게 맡겨진다. 


 나는 이리도 알고, 깨닫는 순간이 느리다. 그리고 가슴으로 와 닿았을 때만 동한다. 그래서 가끔 무섭다. 내가 책을 통해 접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어느 세월에 내 가슴에 와 닿아, 삶에서 발현될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내 몸과 마음을 가꾸어 나가는 일상을 만들어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TKYv3yfro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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