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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원 May 26. 2024

불편함을 견뎌내야 편안함에 이른다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치과를 무서워한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지만 더 심하게 아프면 결국 병원에 가서 엉덩이 주사를 맞고 온다. 그런데 치과는 여간해서는 가기 싫어한다. 특히 치과를 처음 방문하거나 치과 치료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감기는 걸려도 참고 견디면 낫지만 이가 아프면 결국에는 치과를 가야 한다. 치과를 가지 않고서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치과는 불편함을 외면하면 결국 더 큰 불편함을 겪게 되는 전형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이가 아픈 것과 같이 신체적인 불편함도 겪지만 정신적 불편함을 경험할 때가 훨씬 더 많다. 정신적 불편함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될 때가 많고, 특히 정신적으로 허약해졌을 때 구체적인 위협이나 사건이 없어도 불안함을 느낀다. 실제로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누구라도 이런 불편한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건 타고난 성격과는 전혀 관련 없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서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멘탈이 강하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조금 둔감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불편함에 계속 노출시켜 스스로 무뎌지게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다. 


선천적으로 멘탈이 강하지 않다면,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계속 불편함에 견디는 내성을 길러야 한다. 타인에게 하기 싫은 말이라도 본인 입장에서 최대한 용기를 내 한마디라도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 


불편함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어 실제 이상으로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허약한 사람이라도 일상을 살아가는 도중에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은 잘 견딘다. 왜냐하면 그 불편함의 크기를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기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다. 이때는 직접 경험해 보고 여러 종류의 정신적 불편함의 크기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쌓아두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정보를 쌓아둔다고 해서 세상 모든 불편함의 크기를 알 수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불편함의 크기에도 점점 무디어지고, 어느 순간 불편함에 노출되어도 예전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걱정하지 않게 된다. 비로소 다소의 편안함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은 지안(아이유)에게 묻는다.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편안함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어리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문제 상황에 노출될 것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는 법을 알게 되었기에 편안함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조언이 현실 세계에서 쉽게 실행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고 이선균 님의 명복을 빕니다)


불편함을 극복한다는 소재를 다루는 나의 단편 소설 "개새끼를 다루는 법"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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