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90년대 싸이월드 감성이냐고?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흘린다.
며칠 전, 동료와 아이의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놓던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놀란 동료가 물었다.
"이런 일로 울어요? 제 얘기가 그렇게 슬펐어요?"
황당했다. 내 감정과는 아무 상관 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감정은 멀쩡한데 물리적으로 눈물이 흐르는 이 묘한 상황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독서 모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선배가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대한 감상을 나누던 중이었다. 별것 아닌 감상인데, 또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는 것이다. 손수건을 꺼내 서둘러 닦아내야만 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오해받는 일이 늘어났다. 나도 참다 못해 결국 안과를 찾았다.
“선생님, 슬프지도 않은데 자꾸 눈물이 흘러요. 이게 무슨 병인가요?”
의사는 병명은 *눈물흘림증 (Epiphora)*이라고 했다.
눈물샘에서 만들어진 눈물이 눈을 적시고 관을 통해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 관이 막혀서 눈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원인은 만성염증이나 노화 같은 후천적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노화’라는 말에 진짜 슬퍼서 눈물이 흘렀다
치료를 위해 의사는 눈물샘에 얇은관을 삽입하고 식염수를 부었다. 비강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식염수에 왈칵 기침이 나왔다. 의사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관을 넣는 수술이 있긴 하나,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엄마도 이 수술을 했는데 재채기 한번에 관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엄마는 내게 “절대 관 삽입 수술은 하지 마라”고 신신당부했다.
결국 치료는 주기적으로 안과에 가서 눈물 통로를 뚫는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갱년기에, 이런저런 주책이 더해지고 있는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 흘리는’ 새로운 주책이 추가됐다. 손수건은 필수템이 되어 항상 챙겨 다닌다. 언제 어디서 눈물이 흐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손수건 없이 손으로 눈물을 닦게 되면, 정말 슬퍼서 우는 사람처럼 처량해 보이기 십상이다.
혹시 내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본다면 오해하지 말아 달라. 당신 이야기가 슬퍼서가 아니라, 나의 노화가 슬퍼서 흐르는 눈물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