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모습이 있다. 내 옆에서 조용히 날 바라보는 고양이, 똘이. 내가 일어나기 전부터 똘이는 벌써 눈을 뜨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 잠든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화장실에 갈 때도, 똘이는 늘 문 앞에서 기다린다. 마치 내 하루를 함께 시작하려는 듯 말이다. 바깥에 나갔다 돌아오면 똘이는 종일 나를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나를 반긴다. 그렇다고 똘이가 하루 종일 나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우리 시선이 마주칠 때면 “야옹” 한마디 건네고, 내가 “똘이 안녕?” 하면 “에옹” 하며 응수한 후, 슬쩍 다른 일을 하러 가는 똘이. 하지만 다시 심심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러 온다.
안방 문을 닫아놓으면 밖에서부터 아우성이다. “아웅 앙 앙앙 아웅!” 그 소리는 마치 “안에선 뭐 하는 거야? 나 심심해, 같이 놀자고! 너 혼자 재밌는 거 하는 거 아니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똘이는 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안달이 난다. 나는 언제나 똘이의 시야 속에 있어야 한다. 문을 열어주면 “에옹” 하고 안부를 묻고는 밖으로 홱 나가버린다.
며칠 출장을 다녀온 날, 똘이는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엥 아옹 앙앙 야옹 으엥” 한참 동안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마치 “집사야, 어디 갔다 왔어? 내가 얼마나 심심했는지 알아? 며칠 떠나려면 말을 했어야지! 얼마나 기다렸다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게 한참 내게 기대고 얼굴을 부비며 머리를 밀어댄다. 내가 한동안 똘이를 만져주고, 털을 빗겨주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비로소 내 곁을 떠난다. 만져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언제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날 할퀼지 모르니까 말이다.
얼마 전,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겪고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날이 있었다. 온갖 상처와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소파에 주저앉았는데, 그때 똘이가 슬며시 다가왔다. “야옹 에옹 우엥,” 마치 “괜찮아?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순간 똘이에게 나의 힘든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똘이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내 손가락을 핥아주었다. 그 순간 똘이가 주는 위로가 내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날에는 똘이도 흥분한 듯 "엥 우엥 앙양" 소리 내며 나를 반긴다. 마치 “오늘 좋은 일 있었지? 뭐야 뭐야, 말해봐!”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면 나는 “똘아,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칭찬도 받았어!” 하고 자랑한다. 그러면 똘이는 내 손을 톡톡 치며 손가락을 깨물어주고, 나에게 축하를 해주는 듯하다. “잘했어, 정말 자랑스럽다 이궁 내 새끼!”
똘이는 언제나 나를 바라본다. 고양이가 눈을 맞춘다는 건 아무에게나 주는 신뢰가 아니다. 고양이에게 시선을 맞추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진정한 신뢰와 보호를 뜻한다. 혹은 통제나 지배하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 똘이의 깊은 눈망울을 볼 때면, 나는 그 안에서 큰 위로와 즐거움을 느낀다. 함께 웃고 위로를 나누며 마음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알기 어려운 이 깊은 공감대와 위로, 그리고 둘만의 대화가 우리에겐 있다.
고양이 똘이와 나, 우리는 서로의 삶에 녹아든 친구이자 가족이다. 말이 없어도 통하는 위로와 격려, 작은 행동으로 전해지는 마음의 언어가 우리 사이엔 넘쳐흐른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때론 이런 따뜻한 공감과 치유의 순간을 맞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