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정 Jan 03. 2025

가볍게, 완전히 소진하는 하루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완전히 방전되었다고 느낄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또 다른 에너지원이 열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차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나는 이 문제가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철저히 지쳤다면 제대로 잠들 수 있다. 제대로 자면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다. 깨어나서 활동하는 동안 심신의 에너지를 확실히 연소할 수 있다면 모든 순환이 원활해진다. 반면 뇌만 지쳐 있다거나 특정 부위에만 피로가 쌓이는 불균형 상태에서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 균형도 무너지고 만다. 애매하게 남아도는 '에너지'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매일 솟아나는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먹은 음식들을 남김없이 소화시키고 에너지를 다 태워버리면 얼마나 개운할까? 매일 읽는 책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가 글로 술술 쏟아져 나온다면? 매일 다짐했던 계획들이 행동으로 실천된다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남김없이 다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후련할까?



하지만 소진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것들은 우리를 무겁게 만든다. 그것들은 염증이 되고, 고민이 되고, 불안으로 변한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지 못하면 에너지는 피하지방으로 몸에 쌓인다. 너무 많은 생각이 정체되면 마음속에서 고민과 번뇌를 일으킨다. 몸에 쌓인 에너지를 다 쓰지 못하고 잠들면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렵다.



결국,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이 중요하다. 내 안에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피가 돌지 않고 한 곳에 고이면 염증이 되고 질병이 되듯,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썩어간다. 밖으로 흘러나와야 한다. 실천되어야 한다.



물은 흘러야 깨끗하다. 음식도, 지식도, 감정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 내게 들어온 모든 것을 완전히 태우고 싶다. 음식과 물, 공기, 내가 들은 이야기들까지 모두 나의 일부로 정리하여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좋은 형태로 저장하고 나머지는 다 태워버리고 싶다. 내 안에서 떠오른 문장과 말들도 글로 옮겨 세상 밖으로 흘려보내고 싶다. 그렇게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오늘 밤엔 깊이, 완전하게 잠들고 싶다.



소진은 방전이 아니라 균형이다. 몸과 마음, 인풋과 아웃풋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가벼워진다. 모든 에너지는 흘러야 제자리를 찾는다. 몸과 마음, 생각과 행동, 인풋과 아웃풋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얻는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소진하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자. 삶의 순환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일상의 조건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