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블랙 로펌 01화

블랙 로펌 -1-

Ah, Good day to die

by 익명의 변호사
“너희들은 쓰레기다! 예외는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쓰레기다! 그 이유는 현시점에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놈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월급을 축내는 너희들은 나쁜 놈이다.”
- '블랙기업(2013)'


1. 로펌에도 블랙이 있다


'블랙 기업(ブラック 企業)'이란 단어는 본래 일본에서 떠돌던 인터넷 용어가 양지로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한국과 일본에서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법령에 어긋나는 비합리적 노동을 직원에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노동착취)하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월수입을 과장하는 꼼수, ‘정규직 채용’이라는 위장, 입사 후에도 ‘선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솎아내기, 전략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진 퇴직 유도, 잔업 수당 미지급,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 등이 전형적 패턴이다. 유명한 기업으로는 유니클로, 스키야 등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법을 잘 안다는 변호사들이 모인 법무법인(이하 '로펌'이라 한다)에서도, 예외 없이 '블랙'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심지가 특별히 남보다 나약해서가 아니다. 법을 다룬다는 법조계에도 갑을관계가 있어서다. 시스템이 갖춰진 큰 법인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구멍가게'라고들 부르는데, 서초동 사무실 가운데 80% 정도가 이렇다. 이곳의 대표변호사(고용주)와 신입 변호사(피용자)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이 경우 상기 블랙기업의 패턴은 그대로 적용된다.


모두가 입사를 피하고자 하는 펌이 바로 블랙 로펌이다.


2. 월급 천만 원


제일 중요한 돈 얘기부터 시작하자.


어느 로펌이 '우리 가족 같은 법무법인'을 모토로 최근 월급 1000만 원(세전)을 제시하며 고용변호사를 모집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도 블랙이라고 소문이 나서 고용변호사가 오지 않으니, 처음에는 300만원에 불과하던 월급이 오르다 오르다 못해 마침내 1000만 원을 찍은 것이다. 말이 1000만 원이지 2016년 당시 기준 억대 연봉이다. 김앤장이나 태평양, 광장 같은 대형 로펌이야 1년차 변호사가 세후 억대를 받지만, 입사하긴 쉽지 않다. 많은 변호사들이 의문을 가졌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 금액을 고용변호사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그랬다면 여기 적었을 리가 없다. '월급 1000만 원'을 받기 위한 과정은 우선 면접부터 힘들다. 이 펌에 입사하려는 신입 변호사는 서류전형을 거쳐 다양한 형식의 면접을 보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이렇다. 손님이 찾아오면 신입 변호사가 상담을 진행한다. 사건 수임에 성공하면 합격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수임이 가능한 능력자라면 그 신입 변호사님은 다른 곳에 입사할 필요가 없이 바로 개업하시면 된다. 어떻게든 면접을 통과했다고 하면, 근로계약서가 반겨준다. 아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법무법인도 많아서 문제지만, 이곳은 지독히 자세해서 문제였다. 독소조항 걸러내기의 좋은 연습장이나 다름없다. 고용변호사, 이른바 '어쏘'에게 걸린 손해배상 조항이 왜 그리도 많았을까. (아니면, 이런 조항들을 걸러내는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려는 큰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


전문으로, 계약서에 적힌 것으로 알려진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출퇴근 시 대표에게 "출근(퇴근)했습니다"라고 보고

야근 시 대표에게 보고

주말에 장거리 이동시 대표에게 보고

퇴사 1개월 전 미보고시 3개월치의 급여를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함

개인 전열기 사용 금지(동절기 내복 착용) 어길시 손해배상

다양한 … 시 3개월치의 급여를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함


굴하지 않고 이 로펌에 입사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신입 변호사는 2~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은 100만~200만 원 정도의 '거마비'만 받고 일을 하게 된다. 갓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이라면, 재판 출석이 가능해질 때까지 변호사법상 기간(6개월)이 필요한데 이 기간이 수습기간에 더 추가된다.


물론 지금까지 농노같은 수습기간을 넘겨 1000만 원을 받아간 변호사는, 거의 없다. 서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의뢰인이 화를 냈다, 무슨 트집이든 잡아 잘라 버리기 때문이다. 이 펌은 지금도 '우리가 족같은 법무법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브런치에서는 주기적으로 그동안 경험했던, 혹은 암암리에 들어왔던 블랙 로펌에 대한 이야기도 적을 예정이다. 물론 어떤 펌을 특정하려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향후 이직 시 이런 경우를 조심하기 위해 정보를 나누자는 취지이므로, 여러 펌의 사례를 섞어 다소 가공한 이야기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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