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의 이유
1.
생각해보니까,
일 때문에 뭔가를 쓰느라 너무 바빠서
브런치에 뭔가를 쓸 틈이 없다.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사실 단 5분의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냐고(전여친 PTSD 온다). 그런데 의지는 미약하고 거기에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리면, 회사 의자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소시지와 각종 기름이 잔뜩 묻은 빵을 야식으로 먹었다. 딱 2시간 전쯤이다. 나트륨 덩어리가 소화되는 시간까지 고려해 4시쯤 자는 것으로 정했다. 꼴에 또 살찌기 싫다고 뭘 먹으면 곧바로 자지 않는 습관이 있다. 게다가 내일은 회사 야간 당직이라 오후 6시까지 출근해 밤을 새워야 하니까, 오늘은 조금 늦게 잘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마련한 시간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근데 사실 시간이 나서 키보드를 잡으면 뭘 쓸 게 없다. 매일 일로 글을 쓰는데 뭐 쓰고 싶은 게 쉽게 생기겠는가. 아니 그보다 야근을 하면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비는 게 일상이다. 그러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는 것으로.
2.
생각이 담긴 글은 고통스럽다. 불특정 다수가 글을 읽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논지와 근거를 담을 수가 없다. 그런 글쓰기는 이미 취미의 영역이 아니기도 하고, 취미라고 하면 너무 사치스럽잖아. 브런치에서까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가는 글을 쓰고 싶진 않다…이 삶은 애초부터 글른 것 같다. 2주일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꼭꼭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이거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