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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선 Sep 22. 2023

마리아의 행복한 결혼식 in SWISS(2)

검소함과 소박함, 그리고 아름다움..

스위스의 조카 마리아의 결혼식은 식 자체도 물론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지만 이 행사의 진면목을 알게 될수록 놀라운 점이 많았다.


결혼식 전날, 종일 쏘다니며 놀다 들어와 보니 시누댁의 거실과 베란다가 온통 꽃천지다. 여러 개의 물동이와 꽃병에 담긴 꽃들은 바로 내일 결혼식에 쓰일 꽃들이다. 신부의 부케와 신랑의 부토니에, 가족, 주례의 코르사주, 결혼식장(교회)의 탁자와 의자, 만찬장을 장식할 꽃들을 포함해서다.


한국의 결혼식엔 꽃이 예식장과 웨딩숍의 몫인데 왜 이 많은 꽃들이 여기 있는 걸까. 우리나라 결혼식 경우 통상 스드메(스튜디오 웨딩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예식장의 꽃(드레스숍에서 준비하는 신부의 부케 포함) 아니던가.

결혼식 전날 신부의 엄마가 꽃밭에서 직접 꽃을 따고 부케와 코르사주를 만든다. 엄마는 몹시 바쁘지만 과정은 너무 낭만적이다

마리아의 결혼식이 한국과 달랐던 점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웨딩플라워다.


스위스의 꽃집은 다름 아닌 꽃밭이다. 넓은 들판 꽃밭에서 신부의 엄마는 결혼식에 사용할 꽃을 직접 딴다. 물론 주인이 있는 꽃밭이다.


동네마다 각기 특성을 가진 꽃밭에는 종류별 꽃가격을 명시해 놓고 무인으로 꽃을 판매한다. 사람들은 원하는 꽃을 원하는 만큼 꺾어 바구니에 담고 각자 계산해서 통에 돈을 지불한다.

마리아의 결혼식 꽃값은 모두 160 스위스프랑(CHF, 한화 약 24만 원). 물론 한국의 예식장만큼 많은 꽃이 호화롭게 장식되지 않지만 소박한 교회에 그리 부족함도 없었던 만큼의 꽃이다.


형님(신부의 엄마)은 둘째 딸 마리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잔잔한 들꽃들을 골라 바구니 가득 담아 오셨다. 내일까지 시들면 안 되기 때문에 꽃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다.


반드시 전날 가장 싱싱한 상태의 꽃을 마련해야 하는 엄마는 결혼식 전날 아주 바쁘다. 꽃 준비는 물론 결혼식 부케와 부토니에, 코르사주를 직접 만들고 만찬 식전 애피타이저에 쓸 핑거푸드도 직접 만들었다.


스위스 결혼식 중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꽃밭에서 직접 따서 만드는 웨딩 플라워다

나는 아직 자녀의 결혼식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결혼식 경우 꽃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꽃값의 소문을 여러 차례 들은 바 있다. 호텔의 꽃값은 최저 2000, 3000만 원~1억 원까지 홋가하기도 한다는..


웬만한 사람들은 결혼식에 가보면 꽃의 풍성감으로 그 예산을 어림짐작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결혼식 예산중 꽃값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은 결혼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꽃을 나누어주기도 하지만 사실 한두 시간여 사용될 꽃의 존재감 치고 이 비용은 너무 심한 거품이 아닐 수 없다.

꽃에서 시작된 나의 궁금증(실은 직업병이다)으로 결국 마리아의 결혼식 경비를 하나하나 알게 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웨딩드레스는 신부인 마리아가 직접 잘란도(Zalando, 독일의 온라인 쇼핑몰로 유럽의 아마존이라고 불린다)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것이다.


드레스 가격은 200유로(약 29만 원). 구매 후 어깨가 많이 드러나는 부분은 엄마가 한 땀 한 땀 꿰매 주었다. 그 외 신발과 이브닝드레스 약 100유로(약 15만 원).

 스위스 조카 세 자매. 이번 결혼식의 전체 플래닝은 신부인 마리아가, 진행 디렉터는 언니인 요한나(우)가 맡았고 동생 한나(좌)도 진행에 참여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어떻게 했을까?? 결혼식 전날 에어비앤비로 결혼식장 근처의 방을 렌트한 세 자매는 서로 도와 신부 메이크업과 헤어를 해결했다.


신부 엄마, 자매들의 드레스도 비슷한 경로로 구매했고 메이크업도 각자 하거나 서로 도왔다. 이 준비 과정에서 꽃과 준비물 장보기와 현장배송, 결혼식 전까지 세 자매와 신부의 동선을 담당한 로드매니저(?)는 신부 아빠의 몫이다.


교회 렌트비(750프랑, 약 114만 원), 피로연 장소(산장) 1000프랑(약 150만 원), 만찬 메인요리 등의 항목은 전 세계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인만큼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하다.


예단 문화는 물론 없고 축의금은 신랑 신부에게 필요한 선물로 주는 비중이 훨씬 크다. 물론 서울 대표인 우리는 우리 식대로 축의금을 전달했지만..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신랑 신부 부모가 서로 상의해 함께 부담했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신랑(우) 신부(좌) 부모의 모습

모든 결혼식 절차와 프로그램 진행, 역할분담(일 테면 환경미화팀, 교회준비팀, 만찬 서빙팀 등, 만찬장 설거지팀은 시간대별로 교대)은 신부의 기획 아래 언니인 요한나를 디렉터로 동생, 친구들이 진행했다. 웨딩촬영도 지인이, 결혼식 후에 보내온 영상제작도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웨딩플래너 역할을 신부인 마리아 스스로 했고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스드메와 꽃은 가족이 나눠 담당한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저렴한 드레스와 부케를 들었던 마리아가 내가 만난 신부를 모두 통틀어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신부였고 예상했던 대로 마리아는 훌륭한 기획자다.^^

결혼식 전날 신부 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애피타이저용 핑거푸드

신부 가족들, 스위스와 독일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함께 준비해 온 마리아의 결혼식은 우리가 늘 보고 듣고 수시로 접하는 그런 결혼식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오롯이 감동으로 남은 이 결혼식으로 나에게 바람이 하나 생겼다.


요즘 연애에도 심드렁한 내 딸이 언젠가(곧?) 결혼식을 하게 될 때 눈도장 찍고, 축의금 내고, 결혼식 보는 척하다가 식당 가서 밥 먹고 돌아오는 그런 결혼식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굳이 나라별 결혼문화를 비교하고 싶지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비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진심 어린 축하를 주고받는 행복한 결혼식, 알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이 사실을 우리가 그동안 잊어버린 건 아닌지.. 이 당연한 의미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결혼식을 하는 주체가 뭔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한다손 치더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들처럼 all day를 할애할 수 있을까. 바쁜 서울살이에서 이런 결혼식 문화가 타인에게 또 다른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간단한 주제는 아닌 것 같고 결국 이 문제는 딸의 영역이니 미완의 주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스위스의 마리아 결혼식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앞에 1부 글  https://brunch.co.kr/@esmin/21


*웨딩 영상(신부 마리아 제공)

https://youtu.be/Bk18X8ehQ0I\


*부케와 코르사주 만드는 영상(이미수 제공)




*글쓴이 : 민은선 밸류메이커스미디어 대표


Fashionbiz 前 편집장 CEO

현재 고려대 학부 겸임교수(패션저널리즘)

패션업계의 성장과 진화를 돕는 세미나와 콘텐츠 기획, 헤드헌팅 외에

패션테크 스타트업의 어드바이저로도 활동

Fashionbiz 외부 전문가 기자이자 브런치 They Magazine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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