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조 Dec 08. 2017

아버지라는 이름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동시 리뷰

스포가 많습니다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둘째 덕선은 첫째인 언니와 막내인 남동생 사이에서 차별 아닌 차별을 받는다. 언니의 생일날, 날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언니 케이크에 초를 다시 꽂아 자신의 생일파티를 하려는 부모님 앞에 덕선의 설움이 폭발한다. 집을 나간 덕선을 찾아 생일 케이크를 새로 사주며 말하는 성동일의 대사는 안방의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아빠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까..’


이 글에서 다루려는 두 편의 영화도 아빠가 처음인 아빠들의 이야기다. 다만 이들이 진정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큰 벽은 응팔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차원이다. 혈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내 자식과 남의 자식 사이에서

영화의 첫 장면은 오븐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작고 어린 다니엘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듯 환한 미소로 지켜보는 키에틸의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만’을 바라보고 있는 키에틸의 시점을 담은 컷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키에틸이 아이를 입양한 이유가 여기서 암시된다. 키에틸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보단 그의 아내였다. 그의 인생에서 전부였던 아내가 바라던 아이였기 때문에 입양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당한 아내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아내와 함께였을 때 내 자식일 수 있었던 이 아이는 더 이상 내 자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인 주인공 료타. 온순하고 똑똑한 아들 케이타, 아내와 함께 남부럽지 않은 성공한 남자의 삶을 살고 있던 그의 삶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6년 간 내 자식으로 키웠던 아들이 사실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 왜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을까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는 아내 미도리에 비해 료타는 너무도 침착하게 아이를 상대방 가정과 교환할 준비에 들어간다. 낡은 말이란 걸 알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핏줄이라는 건 언젠가 분명히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니까. 사실을 알고 난 뒤 케이타를 바라볼 때마다 꼬리말처럼 어떤 생각이 따라붙는다. '내 아이라면 달랐을 텐데..' 어딘가에 있을 진짜 핏줄에 대한 미련. 이 관계가 더 늦기 전에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 아버지로서의 욕심이 아닌 나의 욕심

    키에틸은 다니엘의 생모를 찾아다니는 과정 전후에 걸쳐 이 모든 게 다니엘을 위해서라고 주변인들에게 줄곧 말한다. 그러나 그는 어째선지 떳떳하지 못하다. 처음부터 보육원 원장과 동료 타보에게 아내의 죽음도 알리지 않고 생모를 왜 찾으려는 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내를 잃고 직장까지 온전치 못하며 아이와 충돌하기만 하는 자신보다 생모를 만나 다니엘이 태어난 나라에서 자라는 것이 다니엘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나중에서야 변명하듯 설명한다. 하지만 생모가 있는 곳에 다가가면 갈수록 어떤 환경이 진짜 다니엘을 위한 길인지 영화 속 인물들과 더불어 관객은 안다. 키에틸이 처음부터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원했던 건 다니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고 사람들이 들이 밀 도덕적 잣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로 점철된 자기합리화를 무기로 삼고 있다. 

    성공궤도를 밟아온 료타에게도 아들은 자신이 성공한 것들 중 하나였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렇기에 케이타가 친자가 아님을 확인한 첫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역시 그랬군.” 내 자식이라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아들이 되어있을 수 있었고 남들에게도 자식까지 성공적으로 키운 훌륭한 남성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두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키에틸은 다니엘과 전혀 소통하지 못했고(하지 않으려 했고), 료타는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이 중요해 케이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일이 서툴기에 그들이 집착하는 단 하나의 끈은 혈연이었다. 키에틸은 다니엘과 지낼 자신이 없어 진짜 혈연을 찾아주려 했고 료타는 6년의 기른 정보다 앞으로의 핏줄이 증명해줄 낳은 정을 택하려 한 것이다.    

  


• ‘나는 어떤 애라도 상관없어요.’

    생물학적으로 부성애란 아내의 출산을 기점으로 호르몬의 반응에 의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과학의 얘기고 인간의 삶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해서 본능의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 두 편의 영화는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들의 육아 성장 이야기다. 영화가 가리키는 성장의 목표는 부성(父性)이 아닌 ‘애(愛)’다. 이제 내가 싫어졌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아무 대답할 수 없었던 키에틸과 자신의 자는 모습을 찍은 케이타의 사진을 보며 료타가 눈물을 흘렸던 것은 아빠와 아들이라기보다 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애정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료타의 친자, 류세이를 키운 유다이의 대사 ‘나는 어떤 애라도 상관없어요.’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혈연이던 남이던, 나건 당신이건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 편견 없는 아이의 사랑에 어른은 자란다. 

작가의 이전글 제 픽은요, 시티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