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in Web3' 두 번째 행사에선 발표를 했다.
기사 쓰는 일, 발표나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즐겁다. 수집한 정보와 지식을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잘' 전달하려면 나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발표나 강연할 때 조금 더 자유롭게 내 견해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23일 'Women in Web3' 행사 날은 이처럼 평소에 갖고 있던 갈증이 해소된 날이기도 했다. 작년 여름 주말 브런치 모임으로 시작했던 'Women in Web3'는 두 번째 행사에서 규모가 몇 배로 불어났다. 처음 NFT를 주제로 스피킹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행사 규모가 이렇게 클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시간 맞춰 행사장에 들어섰는데, 자꾸 사람들이 모였다. (평일 저녁 7시 이후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웹3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분야를 취재하는 입장에선 감사했다.
이날 내가 맡은 발표 주제는 'Web3 & NFT: 예술, 자산 그 이상의 가치'였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수 억 원을 호가하던 NFT 가격은 최근 폭락했고,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다. NFT를 예술이나 자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시야를 확장하면 NFT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NFT를 기반으로 한 작지만 단단한 커뮤니티가 등장했고, 이들 커뮤니티를 타깃한 마케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이내믹 NFT와 컴포저블 NFT 기술 도입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루이비통 등 명품 업계를 비롯해 스타벅스, 롯데홈쇼핑 등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수로 구성된 다수 커뮤니티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각의 커뮤니티 데이터를 NFT를 활용해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안은 사람들이 NFT를 보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낀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이 광경을 눈으로 포착한 건 작년 뉴욕에 방문했을 때다. NFT.NYC 행사 기간에 열린 퍼지펭귄 사이드 이벤트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한 여인이 우리 일행에게 다녀오더니 어떤 NFT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일행 분이 트위터 프로필을 보여주자 "오 마법사 모자를 썼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본인 NFT도 보여줬다. 서로 트위터 계정 맞팔로우를 하고 소개는 마무리됐다. 일상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명함을 주고 받고, 소속된 직장과 이름을 소개하는 일은 NFT 커뮤니티에선 필요하지 않았다. 같은 NFT를 보유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참고: 이름·직장 대신 NFT로 자기소개···투기자산 넘어 네트워킹 수단 진화 https://www.decenter.kr/NewsView/26C8F2CVW1 )
사실 커뮤니티끼리 연대하는 현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유튜브만 봐도 알 수 있다. 떡복이 먹방, 약과 먹방, 치킨 먹방(요즘 내가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이 이렇게 들통난다) 등 먹방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사람들은 제각기 취향에 따라 원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각 채널 별로 구독자에게 애칭을 붙이는 행위도 커뮤니티 활동의 일환이다.
NFT는 이렇듯 기존에 존재하던 다원화된 커뮤니티를 좀더 끈끈하게 만드는 새로운 수단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다. 그럼 NFT 기능이 네이버 밴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MZ세대로서 네이버 밴드가 있어도 쓰지 않는다. 싸이월드를 열심히 하다가 페이스북이 나오니 그곳으로 옮겨 갔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란 본질은 같지만 시대와 세대에 따라 즐겨 쓰는 플랫폼이 달라진다. NFT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NFT를 '소속감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법'으로 정의한 이유다.
발표 준비할 때부터 청중 분들께 꼭 유익한 인사이트를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요즘 시간이 귀하다는 걸 매일 체감하고 있다. 정말 귀한 시간을 내서 오신 분들인 만큼 적어도 발표 내용 중 한 문장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직접 청중과 대면하며 소통하는 일은 내게도 감사한 경험이었다. 이날 끝까지 남아 발표 들어주신 분들, 좋은 기회를 주신 Women in web3 관계자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