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손가락에 힘을 줘야 주먹이 단단하다
"주먹 꽉 쥐세요" "주먹 꽉 쥐어야 돼요" "주먹에 빈 공간이 보이면 안 돼요"
얼마 전 PT를 받을 때 일이었다. 랫풀다운 동작을 하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행여나 바를 놓칠까봐 온 힘을 다해 쥐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이해가 안 됐다.
한 세트가 끝나고 선생님은 내게 주먹을 쥐어보라고 했다. 습관처럼 엄지 손가락에 힘을 꽉 줬다. 그가 새끼 손가락부터 내 주먹을 펴기 시작했다. 힘 준 게 무색할 만큼 주먹이 쉽게 풀려 버렸다. 그는 이번엔 새끼 손가락에 힘을 세게 주고 주먹을 쥐어보라고 했다.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엔 주먹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간단한 원리를 체득하고 나니 바를 놓칠 듯한 느낌이 사라졌다. 다른 기구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증량하면 적응할 때까지 다시 힘들다.)
언뜻 보기엔 제일 강력하고 부피도 큰 엄지 손가락이 주먹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약체인 새끼 손가락엔 힘을 줘 봤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새끼 손가락이 풀리면 주먹은 금세 펴진다. 엄지 손가락에 아무리 힘을 줘도 소용없다. 약체에 힘을 실어야 주먹도 단단해진다.
삶을 지탱하는 방식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직업, 인간관계 등은 내 삶에서 굵직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요소는 엄지 손가락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일주일에 화장실 청소를 몇 번 하는지, 설거지는 밥 먹고 바로 하는지, 자고 일어나서 바로 이불을 정리하는지, 일주일에 운동을 몇 번 가는지, 하루에 물을 몇 잔 마시는지 등은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요소들이다. 신경써서 챙기지 않으면 넘어가기 쉬운 작은 습관들은 새끼 손가락에 빗댈 수 있다. 독립을 하고 나서 소소한 요소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내가 만든 가지런한 일상이 활력을 준다.
새끼 손가락에 바짝 힘을 주고 주먹을 쥐어본다. 단단하다. 작은 습관이 모여 나를 성장시킨다.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