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 두 가지 진실
급격히 체감온도가 떨어진 10월 어느 날. 택시를 타자마자 멀미가 시작됐다. 차 안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 와중에 취재원과 전화하며 내용을 받아 적어야 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창문을 활짝 열었다. 30분만 참자 되뇌었다.
울렁울렁. 통화를 마치고 찬 바람에 속을 달래는데, 그제야 기사님이 눈에 띄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다.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자 추우신 듯 양 손으로 팔꿈치를 감쌌다.
망설였다. 창문을 닫으면 정말이지 토를 할지도 모르는데. 이 냄새를 견딜 자신이 없는데. 모른 척 할까.
그런데 입이 먼저 움직였다.
"기사님 혹시 추우세요? 제가 멀미가 나서..."
곧바로 기사님은 팔짱을 끼는 건 버릇이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이어 잠깐의 정적 끝에 "그래도 아가씨는 물어보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사님의 하소연이 시작됐다. 운전을 오래하니 한 겨울에도 옷을 얇게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젊은 손님들이 타면 창문을 활짝 열더라. 춥지만 손님이라 말도 못한다. 물어보는 건 일종의 배려 아니냐. 그런 사람들을 보며 어쩜 저렇게 사람은 자기 밖에 모르는가 싶었다 등등.
사실은요. 저도 조금 망설였어요. 냄새 때문에 멀미가 심했거든요. 히터까지 트는 한겨울이었다면 저는 중간에 내렸을지도 몰라요 등등. 내 속마음은 생략했다. 대신 아 정말요? 겨울에 너무 추우시겠어요. 아유 고생이 많으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내렸다.
1)손님들이 차마 냄새난다는 이야기는 못하고 배려 있게 창문을 활짝 열었을 가능성
2)손님들이 남이 춥든 말든 신경 안 쓰고 배려 없이 창문을 활짝 열었을 가능성
이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점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소소한 질문도 배려이지만, 침묵을 지키는 것도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