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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l 29. 2022

격리일기(1)

확진부터 격리 1.5일차~2일차 새벽까지.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뭐라고 서두를 시작해야 좋을 지 고민하다가 격리일기 첫 날을 놓쳤다. 하지만 아무래도 명확하게.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게 됐다. 

 어디서 걸린 걸까? 하는 의심은 이미 안 하게 된 지가 오래다. 코로나 백만 시대에 살고 있다. 벌써 내 이웃의 이웃부터, 이웃의 이웃의 이웃까지도 한 번쯤은 다 걸린 것이 코로나다. 그렇다고 벌써 코로나를 다른 감기성 질환처럼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 나도 걸리게 됐다. 

격리일기의 표지

 이제 역학조사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다 보니, 나도 어디서 걸려왔는 지 알 수가 없었다. 27일 오전부터 증상이 약간 있었다. 목이 칼칼하고 팍팍했다. 팍팍하다는 건 꽤 목이 말라있었다는 의미인데, 평소에 선풍기를 틀고 자기 때문에 선풍기때문에 칼칼하게 느껴지는거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을 한 잔 마셨는데 팍팍한 느낌이 많이 줄어들어서 음 역시 선풍기 때문이 분명해! 하고 룰루랄라 출근길에 올랐다. 

 생각해보면 출근길도 좀 이상했다. 원래 아무리 피곤한 날이어도 지하철에서 조는 법이 없는데 27일 오전에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정확히 미아역 부터 동대문역사공원역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계속해서 꾸벅 졸았다. 몸이 축축 쳐지는 것 같기는 했지만 원래 휴무 다음 날의 출근은 힘이 없는 법이니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출근해서 발생했다. 머리가 핑 도는 것 같고, 열은 없는데 식은땀이 계속 나고 몸살 기운이 심하게 올라왔다. 뼈마디가 시린 느낌. 나는 아픈 걸 확신하는 계기가 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린 편인데 몸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청소 시간에도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설마 확진자들이랑 함께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손잡고 산책해도 증상하나 없이 말끔하던 내가 말로만 듣던 깜깜이 확진자(요새는 거의 깜깜이긴 하지만)가 될 줄이야. 

 출근한 지 두 시간 만에 급격하게 망한 몸상태를 어떻게든 회복해 보려고 남아있던 감기약을 들이키고 목의 붓기를 가라앉히려고 계속해서 물을 마셔댔다. 계속해서 물을 마셔도 부은 목 상태는 괜찮아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같이 런치를 하던 U는 내게 너무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쉴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가 권유해도 쉴 수는 없었다. 단 둘이서 보는 런치는 그날따라 유독 바빴으니까. 

 결국 계속해서 흐르는 콧물과 부은 목, 으슬으슬한 몸살기운을 의심하며 런치가 정리되어갈 즈음 하나 남은 키트로 검사를 했다. 여기서 내 첫번째 실수가 발생한다. 키트는 검사를 하고 최소 10분에서 15분정도 후에 확인해야 맞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 스스로 코로나가 아닐 거라고 굳게 믿었기에 검사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용액이 퍼지는 것만 확인하고는(여기까지가 길어봐야 30초정도 되었을 것) 음, 선명한 한 줄이네. 난 그냥 몸이 안 좋은 건가보다. 하고 키트는 한 쪽으로 치워둔 채 일을 계속했다. 이래서 등잔밑이 어둡다던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거나 하는 신중하라는 속담이 생겼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호전되지 않는 몸상태에 의문을 가지면서 우선 런치타임을 끝내고, 브레이크 타임이 되자마자 밥도 안 먹은 채로 병원에 갔다. 우리는 보통 다같이 밥을 먹는데, 혹시나 하는 불안감과 몸이 주는 과한 피로감에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대충 확인한 키트 결과는 음성이고 나는 그저 몸살감기일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비슷한 증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병원 진료는 딱히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그저 소염제와 진통제 등등을 처방해줄 테니 3일간 먹어보고, 3일동안도 호전이 되지 않으면 다시 내원해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우리 모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점심 쉬는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를 않았다. 약을 먹고 장장 2시간을 잤는데도. 일단 오픈 준비를 하면서 바를 정리하다가, 아까 한 키트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휙 들었는데 미세하게 한 줄이 더 보였다. 두 줄? 나 지금... 두줄인가?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안 나오고 웃기기만 하다는 걸 한번 더 알게 됐다. 


 매장에서 인수인계를 빠르게 마치고 두줄짜리 키트를 쥐고 빠르게 PCR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미크론 변이 이전에만 한 3번정도 PCR을 받아 보고, 이번엔 처음이었다. 그래도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자 싶었는데 전자문진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손이 덜덜 떨렸다. 

약간 바보같은 표정으로 받는 중

 PCR검사도 순식간에 끝났다. 코와 목 두 군데 다 진행했다. 코로만 받았을 때 보다 목으로 같이 받았을 때 좀 더 빠르게 양성인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이건 목에서부터 코로 바이러스가 올라오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여전히 PCR검사는 아팠다. 후추를 이쑤시개에 묻혀서 코 깊숙히 넣는 기분이다. 하고 나니 재채기가 계속 났고 소금빵이 먹고싶었다. 기력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집에 가자마자 저녁을 방에서 혼자 챙겨먹고 동거인들과 생활 규칙을 정했다. 엄마는 이미 이전에 확진된 적이 있고, 남동생은 아직이었다. 그래서 우리 서로 더더욱 조심하자! 싶었지만 남동생은 그저 내가 확진됐다는 사실이 웃긴 것 처럼 깔깔거렸다. 나쁜 동생. 하지만 걸려온 내가 .. 조심해야지 하면서 지나가는 1일차, 그리고 1.5일차 새벽에 쓰는 첫 격리일기. 


 꾸준히 남은 6일도 채우는 게 목표지만 격리에서 특별한 일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오늘 새벽까지의 증상은 목이 부어서 뜨겁고, 열은 나지 않지만 콧물이 줄줄 흐른다. 식은 땀이 좀 나지만 열은 별로 나지 않고 멀쩡하다. 조금 심한 편도염이 걸린 것 같다. 

 내일도 부디 무사한 하루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밤낮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 자야겠다. 안녕! 1일차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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