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난 청춘들,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 후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리틀포레스트가 개봉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몇 달 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주인공 누구지?' 많은 궁금증이 함께 떠올랐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이미 개봉했던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동시에 걱정과 의심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는 굉장히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였으니까. 일본 영화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잔잔한 느낌이 강했던 리틀 포레스트. 클라이막스 하나쯤은 팡팡 터져줘야 본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우리나라 영화가 어떻게 리틀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담아낼 지 궁금했다.
어린 시절부터 독립을 꿈꿔왔던 혜원은 시험, 연애, 돈.. 모든게 뜻대로 되지 않는 지친 도시 생활에서 도망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고향에서 다시 만난 오랜 친구 재하와 은숙. 그들과 함께 평화롭고도 소박한 일상의 천천히 스며드는 혜원. 곧 도시로 다시 돌아가겠다던 혜원이었지만 고향에서 4계절을 보내며 인생의 새로운 봄날을 준비하는 모습을 다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과 배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가 호흡을 맞춘 한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지극히도 잔잔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직면한 아픔과 고민 등을 영화의 화두로 던졌고, 세 명의 친구가 겪는 서사를 가미해 드라마의 맛을 더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는 적잖이 실망을 한 터였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너무 재미있게 본 까닭이었다.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의 영화였지만 젊은 주인공이 시골 마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며 자연의 곡식을 일구고 소박하지만 담담하게 요리하던 과정들을 통해 러닝 타임 내내 힐링 되었던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삼시세끼'라는 tv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 왠지 모르게 빠져 들었던 느낌과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리틀 포레스트는 조금 달랐다. 고향에서 다시 만난 친구가 모여 그저 희희낙낙, 소박하게 웃고 먹는다.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가 자연의 흐름을 스토리텔링했다면 우리나라의 것은 도시에서 고통 받던 청춘들이 사실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 청춘이었던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또한 보통의 청춘 영화와는 다른 감성이다. 아프고, 고단한 청춘의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현실에서 벗어난 청춘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순수한 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편안한 매력으로 와닿아 영화 보는 내 그곳에 푹 빠져들게 한다.
본래 원작 만화인 <리틀 포레스트>는 작가의 자급자족 스토리를 담았다. 일본 영화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리틀 포레스트도 도시에선 느낄 수 없던 자연의 맛을 꽤나 맛깔스럽게 담았다. (그 빈도가 적어 아쉬웠을 뿐)
특히, 혜원과 엄마의 추억이 담긴 감자빵과 달큰한 밤 조림이 기억에 남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의 감자빵은 이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 터라 그 맛이 생각나 침이 고였고, 가을이 제철인 밤은 워낙에 좋아하기에 설탕에 졸여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밤조림의 레시피가 탐이 났다.
이밖에도 산 나물 튀김, 매콤한 수제비, 직접 빚은 막걸리 등 도시에선 식당에나 들러 먹을 법한 음식들을 직접 요리하는 과정들을 통해 마치 요리하는 엄마를 바라 보고 있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져 좋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매력은 예쁜 말씨와 아름다운 풍경이 한 몫을 제대로 더했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의 나레이션이 꽤 많은 영화다. 혜원을 스쳐가는 생각들은 물론 엄마와의 추억, 곡식을 일구는 과정, 요리하는 방법 등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대사들이 참 예쁘다 싶었다. 굳이 멋드러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말씨가 담백하고 속이 깊어 기억나는 대사가 많았다. 의성의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과 더해져 그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
영화 보는 내 편안했다. 장면, 장면마다 그 느낌을 따라 즐기면 좋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다.
+ 우리나라, 일본 모두의 리틀 포레스트를 통틀어 최고의 캐릭터는 '문소리' 배우다. 정말이지 매력이 팡팡 터진다. 이 영화의 문소리 배우를 두고 마치 '스타카토'와 같다고 표현한 리뷰를 본 적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집 나간 혜원의 엄마, 문소리의 미친듯 매력적인 연기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더불어 강아지 '오구' 또한 최고의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