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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r 30. 2018

곧 4월이라 꺼내보는 영화

벚꽃의 계절처럼 짧지만 향기로운 영화 4월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곧 4월이라 꺼내 보는 영화라니.

이렇게 단순한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영화가 있을 것 같다. 여름이 오면 꺼내보고 싶은 영화라던지 혹은 외로울 때면 항상 생각나는 영화라던지. 

눈 몇 번 깜빡이면 4월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 어제 오랜만에 영화 4월 이야기를 꺼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4월 이야기.

익히 잘 알려진 감독 이와이 슌지 작품이자,  어린 날의 모습이 눈이 시리게 예뻤던 마츠 다카코의 주연작. 





러닝타임 67분.  

상업 영화 치곤 꽤 짧은 러닝타임이라 응?하는 의아한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짤막했던 상업 영화가 또 뭐가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을 옥의 티로 꼽았다. 기승전결의 '결'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나는 참 좋았던 영화이기에 4월을 목전에 앞둔 지금이나 혹은 어느새 4월이 온지도 몰랐던 그런 날에 떠오르곤 한다. 





20대 초반의 마츠 다카코가 연기한 '우즈키'의 4월 이야기. 

훗카이도 출신의 우즈키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도시에서는 살짝 떨어진 무사시노에 거처를 정한 우즈키. 다소 소극적이고 여려보이는 그녀가 낯선 곳에서 나름 담담하게 새로운 경험들을 겪게 되는 봄날의 일기 같은 영화다. 





흑백 영화를 보고 이상한 이웃과 만나 친구가 되고. 또, 낚시 동아리에 들어 낚시 연습을 하며 대학 생활을 보내는 우즈키. 그녀가 겪는 상황들은 참으로도 일본 영화스러워 엉뚱하기 그지 없지만,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던 우즈키는 그런 상황들을 하나씩 겪으며 그녀만의 생활을 영유해 나간다. 


그리고, 습관처럼 그녀의 발길이 닿는 서점.

우즈키는 고교 시절 짝사랑하던 선배를 따라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일방향적인 설렘이었지만 그 마음이 옅어지지 않았다. 선배가 일하는 서점, 이곳에서 우즈키는 여전히 스스로의 짝사랑을 곱씹는다.


영화의 말미에 마침내 그는 우즈키를 기억한다. 자신보다 한 학년 어린 여학생 정도로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지만, 둘의 표정은 설렜고 우즈키는 여느때보다 밝게 웃었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짝사랑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 67분, 짧은 러닝타임 끝에 영화의 크레딧은 속절 없이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끝이 없어서 싫다는 사람들의 마음도 충분히 알겠다. 지루하다는 말도 이해한다. 


다만, 나는 영화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우즈키의 감정선을 따라 집중하다 보면 영화의 짧았던 시간도 단단하게 가득찬 느낌이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 짝사랑하는 선배를 스칠 때의 마음, 그가 날 알아봤을 때의 감정 등 우즈키의 경험과 마음들이 나의 20살 어느 귀퉁이의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20살을 겪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마음들. 그것이 우즈키의 4월 이야기를 공감하거나 그리워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고 대학생이 찍은 단편 영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교 없이 담백하고, 복잡한 관계 보다는 한 사람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한.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 4월 이야기는 순수하게 예뻤다. 





선배가 우즈키를 알아본 순간 비가 내렸다. 

우산을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우즈키는 사양하고 빗속을 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교수로부터 우산을 얻게 되고, 그녀는 교수에게 잠시만 기다려줄 것을 부탁한다. 


다시 그가 있는 서점으로 뛰어가는 우즈키.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우산을 빌릴 수 있을까요?"

"너 지금, 우산 쓰고 있는데..?"

"이건 빌린 우산 이라서요..!"


좋아하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픈 마음에 뛰었던 우즈키의 마음이 참 예뻤던 영화 '4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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