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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Dec 30. 2023

좋은 선생님을 만들어 주는 것

프리다이빙과 테니스를 배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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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선생님을 그냥 선생님 말고 ‘좋은’ 선생님으로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어제오늘 연속해서 나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오늘은 나와 선생님들의 인연이 이어지는 것을 감사하게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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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올해 마지막 프리다이빙을 하러 용인 딥스테이션을 찾았다. 딥다이빙은 여름 양양에서 첫 바다를 경험한 뒤로 처음이었다. 함께 간 프리다이빙 친구들 3명과 부이를 잡고 다이빙 순서를 정했다. 서로 버디를 봐주기로 하고, 웜업부터 시작했다. 이퀄라이징은 잘 되는지, 어딘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우리가 다이빙을 할 때마다 선생님은 바로 다가와 다이빙이 어땠는지 말씀해 주셨다. 멀리 계신 것 같았는데, 깊이 들어가면 아주 작게 보일 텐데, 어떻게 내 다이빙을 그토록 재빨리 파악할 수 있을까. 교육생이 분명히 많을 텐데 내 다이빙 습관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 선생님은 내가 다이빙하면서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엄청난 관찰력이다. 머릿속에서 물음표와 느낌표가 댕댕 울리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왜 지금처럼 움직이면 안 되는지,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나의 프리다이빙 선생님들에겐 항상 이유가 있다.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세한 설명은 프리다이빙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불안을 잠재우고 나의 움직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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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엔 2시간씩 테니스 레슨을 간다. 지금 코치님에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 7월부터니까 이제 고작 6개월이 된 셈이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내 테니스는 아주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전에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번, 25분 레슨을 받았는데, 선생님들과는 거의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네트 건너편에서 공을 보내주시면, 나는 숨 쉴 틈 없이 공을 다시 네트 건너편으로 넘긴다. 자세 교정을 받은 적은 없다. 넘기긴 하니까.


지금의 코치님을 만나고 나는 내 잘못된 자세를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25분씩 치던 테니스를 어떻게 2시간이나 치나 했는데, 요새는 2시간이 짧다고 느끼기도 한다. 코치님은 테니스 자세를 나노 단위로 끊어서 움직임의 순서와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어떤 자세로,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인지. 아주 짧은 순간의 움직임들은 다 이유가 있다.


네트 건너편에서 보내온 공을 넘기면, 때로 공은 네트에 맞거나 공중으로 뜬다. 그러면 어김없이 코치님은 공을 멈추고 내 자세가 어땠는지 말씀해주신다. 치는 순간 라켓의 면이 열렸다던지, 공과 나의 거리가 가까웠다던지, 아니면 손목을 사용했다던지. 분명 찰나였을텐데 저 멀리서 내 움직임을 어떻게 포착하신 것인지, 나는 아직 신기하기만 하다. 더 놀라운 것은 코치님의 말씀대로 움직여 봐야지 생각하면, 공은 아주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처방이 아주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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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어려운 이유는 내 움직임을 내가 바로 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많은 부분 나를 바라봐 주는 선생님의 관찰력에 크게 의지한다. 혼자 이유를 찾는다면 언젠가 자세를 교정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나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터다. 운이 좋게도 나는 나의 프리다이빙과 테니스를 도와주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예리한 눈을 가지고, 빠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적어도 나에겐 아주 좋은 선생님을 만드는 조건이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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