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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Feb 15. 2024

태국에 다녀왔다, 프리다이빙 하러

1월에 여름 나라 여행


태국엔 처음 가봤다. 태국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모여 사는지 나는 보지 못했고 겪지 못했다. 다만 바다에 들어갔을 뿐이다.



태국엔 바다에 가고 싶어 갔다. 바다를 가기 위해 태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데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서 태국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해 버리고만 것이다. 게다가 그곳은 섬이고, 국립공원이고,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없이 텐트에서 자야 한다는 안내도 들었다. 오히려 좋았다.



프리다이빙을 위해 여행을 가면, 정말 프리다이빙만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배를 탄다. 오전 다이빙이 끝나면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나는 낮잠이라도 한숨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시 배를 탄다. 오후 다이빙이 끝나고 돌아오면 씻고 저녁을 먹는다. 나는 저녁을 먹고 나서 몇 시간 동안의 자유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파랗게 일렁이는 수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다. 내가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수면 아래는 사실 내가 사는 세상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 햇빛이 직선으로 갈라지며 떨어지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이 다르게 흐른다. 바람이 부는 것처럼 바닷속에서는 조류가 내 몸을 밀어낸다. 바람엔 맞서볼 수 있는데, 조류엔 그저 속절없이 밀려 버린다. 난 바다에서 아주 무력하다.


아주 작은 물고기도 나보다 더 빠르다. 어쩜 그렇게 작은 몸과 지느러미로 그러한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신기하다. 바닷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거북이도 만났고, 모래를 덮고 숨어있던 가오리도 봤다. 지느러미 끝이 까만 블랙팁샤크도 열심히 쫓아갔다. 바다에선 내가 이방인이라, 고작 1분 남짓 머무는 것인데도 풍경이 아름다워 나는 다시금 몇 번이고 바닷속으로 고개를 넣었다.


태국 바닷속에서 찍어온 영상을 편집 중이다.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계속 찍다 보니 영상 양이 굉장히 많아졌다. 한 번 쭉 돌려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보고 있다 보면 내가 정말 내 눈으로 저런 풍경을 보고 온 것인지, 꿈은 아니었는지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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