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 파빌리온
석양이 지는 바다와 모래사장 앞에, 바다를 따라 자라난 해송의 숲을 거닐며 만나게 되는 것이 더 이상 지자체가 의기양양하게 세워 놓은 지역홍보 문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조악한 하트나 프레임을 만들어 놓는다거나, 지역특산물을 거대한 조형물로 만들어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미 오래되었다. 우리는 풍경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조각 혹은 쉼터를 만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벌써 2년여 전, 로드뷰로도 잘 보이지 않는 이 파빌리온을 보러 궁평 바다 앞을 찾아간 것이었다. 해안가 군사 철조망이 철거되면서 공개된 해안가와 소나무 숲 앞에 세워진 파빌리온을 경험하기 위해서. 오솔 파빌리온은 푸른 바다와 솔숲 경계에 풍경에 어울리는 경관을 만들어 낸다. 바람과 해를 잠시 피하며 궁평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오솔 파빌리온은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지붕과 소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기둥을 활용해 인공적인 숲의 형태를 보여주는 구조물이다. 얇은 기둥으로 둥실 떠올라 있는 얇은 지붕들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나뭇잎 우산 같기도, 저 멀리 바다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 같이 보이기도 한다.
날이 좋은 어느 날, 텐트를 가지고 바다 옆에 머물기 위해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꽤 자연스럽게 얇은 기둥들 사이를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해를 피하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모습은 아마도 이 파빌리온을 설계한 사람이 머릿속에 그렸던 바로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