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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험의 가격

<소비>

by 선아키

이제 돌아오는 금요일이면 여행을 떠난다. 2주 정도를 예상했던 여행은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비행기값 때문에) 늘어나 18일이 되었다. 2년 전에 멕시코로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하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일단 고. 요르단과 이집트로 떠나는 여행이다. 혼자라면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함께 가니까 믿고 떠날 수 있는 곳. 아마 요 몇 년 간을 통틀어 나의 가장 큰 소비가 될 테다.


2025년의 추석이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역대 가장 긴 연휴가 될 거라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것은 다이빙을 하러 훌쩍 멀리 떠나곤 하는 팀 마션(프리다이빙 & 스쿠버다이빙 팀)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딱 한 번만 진행한다고 했던 요르단 투어는 다녀온 사람들의 아주 큰 호평(인생 여행지라고 했다.)과 함께 마무리되었고, 아쉬운 마음에 올해까지 한 번 더 오픈을 한다고 했다.(그렇지만 내년에도 또 다른 콘셉트로 투어가 열릴 것 같다.) 작년엔 도저히 한국을 떠날 수가 없어서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지만, 추석 연휴와 함께라면 2025년에는 괜찮지 않을까, 작년부터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요르단과 이집트 다합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깐 말을 멈춘다. 아마도 요르단이 어디에 있는지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려보는 것일 텐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로 무지한 영역이기 때문에 눈을 마주치곤 그냥 웃는다. 다합은 다이빙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고 설명하고, 요르단은 아직 모르겠으니 다녀와서 이야기해 주겠다는 말로 여행 후기를 예고하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실제로 아는 게 없어서 얘기해 줄 것이 없다. 최근에 내가 아부다비를 경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션과 함께하는 투어는 정말 여행의 모든 골칫거리를 선생님들에게만 맡겨두고 돈만 내고 즐기기만 하는 여행이다. 선생님들은 이미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어디에 풀어놔야 아주 재밌게 노는지 알고 있다. (심지어 내 잠 패턴까지 안다.) 여행 참가자들의 모든 성향을 꿰뚫고, 이미 다녀온 여행지의 정수만을 모아 수많은 경우의 수를 뚫고 가장 좋은 코스를 찾아내 우리 앞에 펼쳐둔다. 선생님들의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사는 일이고, 사실 그 노력에 비하면 여행 비용은 크지 않다. 여행을 끝낼 쯤이 되면 마션의 팀원들은 이게 정말 이 가격으로 괜찮은 것이냐고 선생님들에게 묻는다. 멕시코 때부터 그랬다.



나는 내가 일주일 후에 있게 될 여행지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나는 비행기에 오를 작정이다. 모르면 모를수록, 감동은 더 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아주 높은 확률의 베팅. 나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돌아오게 될 것이고, 그것은 가격을 잴 수 없는 소비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 가성비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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