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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Nov 15. 2023

어떤 짧은 인터뷰




어떤 짧은 인터뷰 :  

쓰고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감정이 가득해질 때에는.

뭔가를 말한다는 것이,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직 형태와 모양도 없고,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그때에는 입을 닫는게 오히려 편했어요.


만약 그때에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몸에 난 구멍이란 구멍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와 흘러서 

낱말 낱말이 순서 없이 땅으로, 흙 알갱이와 풀 사이사이에 흘러들어 갈 것 같았어요.

어쩌면 흩어질지 모르는 말들이, 무너진 댐에서 터져 나오는 물처럼 엄청난 속도와 무게를 가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내 주위에 서있다는 이유로, 그 무분별한 말들에 잠길 나무와 풀은 어떡하겠어요. 

집과 사람들....... 그런 것들.


그만큼, 내 안에 생각들은 촘촘하게 짜여 있지도 않았고, 산발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과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마구 섞여있었어요.

그리고 그 정리되지 않은 액체 같은 것이 밖으로 나와 무언가 함부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나쁘고, 예쁘지 않은 것이 자라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막 뭔지도 모르는 게 자라나는 거요.


그러더니. 결국. 

염려스러운 것들이 내 안에서 자라더라고요.

나는 자랐는데, 자라는데, 자라고 있는 거 같은데, 죽기 전까지 계속 자라야 하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마구잡이로 순서 없이 자라 있더라고요.

예쁜 거 같지도 않고, 나쁜 거 같지도 않은 게, 아무렇게나. 

어중간한 모습으로. 

뭔지 모를 모습으로.


그래서 나는 식물(엄연히 구분짓자면, 식물은 아니었지만.)처럼 자라는 그것에 대해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들여다보면서 쓰기 시작했어요.

이미 자라 버려서 내가 돼버린 어중간한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쓰기 시작했어요.



모모씨 그리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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