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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Nov 01. 2023

나의 숲엔 불안이 산다.




#. 오늘도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숲은 늘 열려있고, 그곳엔 불안이 산다.

밤이 한창인 시간이다. 타닥타닥 벌레의 발자국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고요의 시간.

그 고요의 시간이 깊어질수록 냉장고 소리, 음식쓰레기 돌아가는 소리가 왕왕 커지기 시작한다.

툭툭- 저녁에 먹다 남은 음식들이. 툭툭- 흙으로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미생물이 사각사각 아까 먹다 남은 나의 저녁을 나눠먹는구나.'

툭툭- 사각사각- 툭툭- 사각사각.  사각사각- 사각사각.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반복되고. 쉼이 없고.

소리는 그의 안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불안'이라는 것이 내 숲 어딘가에서 내 생각을 먹고, 내 마음을 먹고 있구나.’


#. 그의 안에는 숲이 있다. 누구나 마음 안에 숲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딱 본인 몸만 한 크기이고 가까운 곳에 있지만 늘 알 수 없는 곳이다. 안으로 안으로 끝도 없이 팽창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숲을 헤매는 건 그의 일이다. 태어나서 자동으로 주어진 일 중에 해도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일. 이 세상에 살게 되면서 해야 하는,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임무 같은 것. 그가 숲을 살피고 엉망이 되지 않게 돌보는 일을 기꺼이 하기로 선택했기에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 오늘도 그는 자연스럽게 숲으로 들어간다.

늘 그곳에서 불안을 만난다.

불안도 그게 자신의 임무라고 했다. 그 안에 생각과 마음을 갉아먹는 일.

특히 그가 그러는 것처럼 좋은 것들을 갖고 싶어 했다.  좋은 생각. 좋은 마음. 기대. 꿈. 그런 것들……. 그 숲 전체는 그를 닮아있으니까.

그를 온전히 닮은 불안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였으나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가달라고 말을 해본 적도 있고, 싫다고 노골 적으로 행동하기도 했지만 불안은 거기서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늘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었다.


숲도 나이가 들고, 숲을 살피고 다니기를 여러 해.

어느 순간부터는 커지면 커지는 데로 작아지면 작아지는 데로 그냥 지켜보기도 하는 날이 늘어났다.

숲은 그런 곳이었다. 그의 안에 존재하지만, 그의 숲이지만. 그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 곳.


결국엔, 늘 그렇듯이. 오늘도. 그는.

불안이 커지더라도 담담하게 안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나무를 길러내야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나는 숲지기니까. 숲에 나무를 키워낼 수 있으니까. 불안이 커져도 흔들리지 않도록 땅이 단단해져 흔들리지 않게, 크게 크게 나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모모씨 그리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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