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
처음에는 이 책이 그저 따뜻한 마음을 음식으로 나눈 이야기를 모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삼십 쪽쯤 읽다 보니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먹거리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입에 먹는 것 끊이지 않고 넣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거칠고 눅눅한 일인지를 알게 하는 책입니다. 채 오십 쪽을 다 읽기도 전에 결심했습니다.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정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읽게 해야겠다고.
나는, 여러분은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2023년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손 놓고 있을지언정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내내 마음 한편이 무겁고 이따금씩 아참 그랬지 하고 생각이나 가슴이 저릿했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삶을 그렇게 만든 것이 꼭 삶의 주인만은 아니라는 것을, 자본주의 현대 사화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상대적 약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의 밥상>은 음식 이야기라서 읽고 나면 입 안에 군침이 싹 돌고 배가 헛헛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터치 몇 번이면 반 시간 만에 내 눈앞에 세상 모든 음식을 대령하는 휴대전화 앱이 있지만, 앱으로도 끝끝내 맛볼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켜켜이 쌓인 음식 냄새가 책 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내내 우울할 것만 같은 삶에 꼬수운 참기름 한 방울 탁 떨어뜨려 마지막은 웃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하는 이야기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인생을 다루는 책임에도 독자의 삶에 무게를 더한다는 죄책감 없이 기꺼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파편화된 시대를 살아간다. 어떤 때는 너무 외로워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프다. 열 명 중 일곱 명은 어디를 갔는지 알 수가 없다. 돈만 아는 세상의 속도가 너무 빨라 내 몫 내 자리는 어디에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럴 때면 연대의 밥상을 차리자. 한 그릇 음식에 울고 웃는 사정들에 내 삶을 엮어 조금 더 단단해지자.”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4월의 책
이종건 작가의 <연대의 밥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