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가두었으니 빠져나오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한다.
세 평 남짓 전대 공간에서 어찌어찌 독립을 해 의자와 책상이 있는 오롯한 공간의 책방을 열며 저 먼 곳의 오래된 서점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생각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이를 신이 나를 시험하려고 보낸 천사로 여기라 한 그 말에도. 독립한 지 일 년. 의심과 미움으로 만든 벽이 점점 높아지고 안으로 두꺼워져 천사는커녕 악마도 들어올 틈이 없고 혼자서 오도 가도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스스로 가두었으니 빠져나오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한다.
서점의 독립은 내 가게가 생겼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여전히 가겟집 신세였지만 바에는 과분하게 편한 의자를 놓고, 남는 게 별도 없어도 좋은 원두를 들이며 천사들을 기다렸다. 갈 곳이 마땅찮은 생계형 작가들이 커피 한 잔 시켜두고 편하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눈치 보지 않고 책도 마음껏 보고 글도 쓰는 상상을 하면서. 훗날 어느 좋은 책의 한 귀퉁이는 이곳에서 썼다고 이야기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비록 작가의 모습을 한 천사들은 보이지가 않고 고난과 시험을 안겨주는 수수께끼 같은 천사들만 찾아오지만. 마음에는 매일 생채기가 생겼다. 나와 작가와 서점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하나 둘 만들어낸 규칙이 어느샌가 낱낱이 읊어대기에도 벅찰 지경이 돼 스스로를 옭아맨다. 이제는 숨이 차다.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 분명한데, 반복되는 부정에 마음이 남아나질 않으니 별 수 있나. 놓아버리는 수밖에. 방어와 공격의 태세 전환이 필요한데, 잘 모르겠을 땐 그저 관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버티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니 누구도 탓할 수 없고, 끝내 지켜내지 못한다 해도 별 수 없다. 별 일 아니다.
마침표를 찍으려 할 때마다 다시 문장을 이어가게 만든 건 서점의, 동네서점의 의미를 알고 소중히 아껴준 사람들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내려놓고 지켜보기로 한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처음으로 돌려놓기는 힘들어도 기우고 이어 붙여서 튼튼하게 만들어야지. 누구든 언제든 얼마든지 편안하게 머물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