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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Sep 07. 2022

<무의미의 축제>

2022 낫저스트북클럽 10월의 책

이 책은 육 년 전 처음 읽은 후 최근 들어 우연한 계기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충분히 길기에 아무리 좋아하는 책이라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잘 없는데,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이 주는 어떤 확신 같은 것에 이끌려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게 되었습니다.


<무의미의 축제>는 “보잘것없는 것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주고받는 농담 사이 불쑥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훌륭하여 발간 당시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쿤데라의 소설은 문단과 문단, 문장 간의 의미를 파고들수록 새로운 뜻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철학책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탄탄한 스토리, 현장감 넘치는 디테일까지 더해져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게 되거든요.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책 속에는 수많은 의미 없는 동작과 말이 나옵니다. 그 동작과 말 들이 만들어낸 알 수 없는 의미 -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농담과 진실이 되어버린 장난 속에서 인간은 “관객 없는 배우가” 됩니다. 그것은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애초에 아무도 웃지 못할 농담을 만들어낸 자의 실수일까요.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 채, 이 재미있는 소설을 덮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2년 10월의 책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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